181013 (토)
강연자 : 정재형 (동국대 교수)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를 다룬 첫 번째 강의는 가지 못했다. 두 번째 강의는 구조주의와 미니멀리즘이 주제였다. 강의를 들으며 해당 사조의 작품을 함께 보았다. 강연에서 언급된 영화는 모두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3차시 강의를 하루에 몰아서 하는지라 오후 1시부터 6시 20분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강의였다. 중간에 10여분 정도 두 번 쉬었다.
나눠준 유인물을 참조하여 들은 강연을 다시 정리해봤다. 녹음을 하고 옮겨 적은 게 아니라 왜곡된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을 것이다.
구조주의와 미니멀리즘에 들어가기 전에 전 시간에 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첫 번째 강의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영화를 살짝 요약해서 설명해주셨다.
실험 영화에 입문하기 전에, 오락의 용도와 예술의 용도는 다르다. 오락은 재미있고 사람을 위로한다. 예술은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을 위로하는 건 아니다. 본질을 추구하고 새로워야 한다. 예술의 세계에서는 아류를 인정하지 않는다. 달라야 한다. 그리고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전율이 와야 한다. 의미를 몰라도 상상력에 감동할 수 있는 것이다. 실험영화는 우리가 평소에 보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 일상의 이미지가 전복되는 것이며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영상의 탐험이다. 실험 영화를 보려면 낯선 걸 환영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초기 다다이즘은 서사가 없다. 형태, 영상이 가지고 있는 물성, 본질 탐구에 중점을 두었다. 이미지 자체가 비일상적이며 영상이란 게 정말 뭐냐, 그런 질문을 품었다. 추상적이며 리듬을 추구한다. (사각형 모형들이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영화 함께 봄)
초현실주의에는 서사가 있다. 이 서사는 꿈의 서사다. 내면 무의식의 활동을 자유분방하게 표출 해내는, 꿈의 영화인 셈이다. 시적인 영화, 영상시라 번역되는 cine poem이 초현실주의에서 발달했다. 초현실주의의 영화로 장 콕토의 시인의 피가 있다. 이 영화는 다다이즘과 달리 추상적이지 않다.
40년대 이후에는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가 분리되는 게 아니라 융합되었다. 후기 초현실주의에는 초현실주의의 (꿈의) 서사와 다다이즘의 세상에서 처음 보는 희한한 영상들이 결합되었다. 표현방식은 다다이즘적이며 물성, 형태, 이미지, 계속 변형되는 이미지의 리듬이 나타난다. 언어를 이미지로 표현한 게 아니라 이미지가 말을 한다. 오후의 그물 같은 영화는 여성의 억압된 내면을 드러내는데 몸의 율동을 통해 이미지를 표현한다.
구조주의
구조주의는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가 융합되었다. 영화의 물성을 탐구한다.
영상언어의 본질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인간은 관습의 세계에서만 살 수 없다. 예술은 새로운 세상을 연다. 영상 언어로 이 새로운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마이클 스노우의 영화 같은 걸 보면 놀랍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게 뭐지?' 하고.
관객의 인지작용에 영향을 주는 구성이다. 폴 섀리츠가 영화에 아주 짧게 코카콜라를 한 컷 넣었더니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이 콜라를 사 먹었다는 야사가 있다.
관객에게 질문하고 사고하게 하는 구성이다. 조지 랜도우, 홀리스 프램튼의 영화가 있다. 영화가 관객에게 문제를 낸다.
마이클 스노우
Back and Forth
(건물 안에서 카메라가 반복해서 좌우(앞뒤)로 움직인다. 아무도 없다가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일상의 움직임, 사람의 시야가 아니다. 일상에서 내가 보는 이미지는 시선에 나에게서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를 통해 다른 시선을 처음 체험하게 된다.
Corpus Callosum(2002)
(사무실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잡는 cctv의 영상이 또 카메라에 담긴다. 화면이 위아래가 뒤집히고, 영상이 가운데에서 배배 꼬이며 화면이 휘어지기도 한다. 평범한 사물이 거대하게 등장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기이한 영상현상을 통해 기존 영상적 관념을 파괴하고 새로운 영상적 사고를 추구한다.
Region Centrale
(땅부터 시작해서 빙글빙글 도는 화면이 하늘까지 이어진다. 세상을 계속 빙글빙글 도는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보여준다.)
원형으로 움직이는 영상적 사고를 통해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한다.
폴 섀리츠
T,O,U,C,H,I,N,G
(남자의 얼굴과 온갖 색깔들이 여러 효과로 아주 빠르게 보인다.)
다양한 컷들이 빠르게 바뀌며 순간적으로 점멸하는 플리커 기법이 쓰였다. 영상이 자극하면 관객은 반응한다. 관객의 인지작용에 영향을 주는 구성을 통해 새로운 정서를 탐구한다.
조지 랜도우
Remedial reading Comprehension (1970)
(잠든 여자의 얼굴 위로 강의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한 남자가 달리는 장면이 나오고 영화에 직접적으로 "THIS IS A FILM ABOUT YOU", "NOT ABOUT ITS MAKER"라는 메시지가 뜬다.)
New institutional quality (1976)
(카메라가 한 남자의 얼굴을 잡는다. 프레임에 잡히지 않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앞으로 이런 실험을 할 테니 질문을 듣고 그대로 하라고 말한다. 목소리는 tv에, 침대에, 여성의 샌들에, 사진에 특정한 숫자를 적으라 하고 남자는 지시에 따른다. 샌들은 엄청나게 거대하게 나타나기도 하고 사진 속의 이미지가 삼차원으로 구성된 현실의 공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홀리스 프램튼
조른의 공리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어둠 속에서 사운드만 들리고 2부는 이미지, 3부는 사운드와 이미지가 나온다.
(2부는 알파벳 이미지가 나오는데 a, b, c, 순서대로 나오다가 u가 나오지 않고 바로 v로 넘어가거나 x대신 불의 이미지가 나오기도 한다.)
예상되는 알파벳과 다른 조합들이 등장하며 문자와 사유의 관계를 성찰하게 한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한 교육적 효과, 인터렉티브 아트로서의 영화이다.
페터 쿠벨카
아르눌프 라이너 (1960)
빛과 어둠이 교차하며 플리커 기법이 쓰였다. 사운드와 더불어 영상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 실험한 것이다. 어둠속에서의 사운드, 간헐적인 사운드, 사운드가 없을 때의 어두움, 정속적인 사운드와 정속적인 이미지의 대응이 있다.
로버트 브리어
블레이즈 (1961)
(추상적인 그림들이 플리커 기법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추상애니메이션, 플리커, 잔상, 착시의 실험. 이미지를 구성하는 사고의 힘에 대한 실험이다.
애니메이션이란 움직이지 않는 걸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켄 제이콥스
톰, 톰, 파이프공의 아들 (1969)
오래 전 옛날 사람들이 찍은 짧은 영상(파운드 푸티지)을 재구성한 것이다. 원본 영화를 영화 첫 부분에 보여주고 이후 그 영화를 가지고 만든 자신의 영화를 보여준다. 원본을 해체하여 다른 영화로 만드는 것, 사이즈 조절, 움직임 조절, 플리커를 통한 다른 느낌 발생, 확대, 편집, 거꾸로 돌리기 등 다양한 방법을 썼다.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실험이며 서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실험한 것이다. 주어진 영화를 다른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는 걸 영화로서 보여준다.
말콤 르그리스
베를린의 말 (1970)
(파운드 푸티지를 재구성했다. 말이 마당을 도는 장면, 사람들이 마구간에서 말을 데리고 나오는 장면을 여러 가지 효과를 넣어 보여준다. 강의에서 본 영화 중 나는 이 영화가 제일 느낌이 좋았다. 색깔의 느낌이 좋고 뭔가 환상적이다. 브라이언 이노의 음악과 어우러져 왠지 모르게 향수 어리게 된다.)
포지티브, 네거티브 영상을 하나의 행동 안에서 분리해 보여주면서 빠른 리듬 속에서 어떤 느낌을 만들어내는지 실험한다. 역순으로 가는 말의 동작, 포지티브, 네거티브, 정순, 역순, 빠르게, 느리게, 입자의 크기, 컬러, 음악(주음과 배음), 이중인화, 사이즈의 변화 등의 조건이 수많은 콤비네이션이 될 때 어떤 감정이 발생하는지 실험한다. 원본을 다양한 기법에 의해 변형시키는 실험이다. 하나의 사물을 여러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으며 그 결과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한다. 파운드 푸티지의 변형 실험 작업이다.
마스모토 토시오
아트만 (1975)
(요괴 가면을 쓴 긴 머리의 사람이 서 있다. 강렬한 색깔 효과가 두드러지며 사진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실사가 섞여 있다.)
플리커, 움직임과 사이즈의 변화, 간헐적인 실사이미지와의 비교, 실사 애니메이션을 실사와 결합시켰다.
이토 다카시
thunder
(어두운 복도, 창문이 보이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드러내는 여자의 사진이 반복된다.)
이토 다카시는 마스모토 토시오의 제자이다. 아트만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줄거리가 있는듯 하지만 줄거리가 없다. 실사는 없는 실사애니메이션이며 <아트만>의 영향으로 근거리와 원거리의 플리커, 보다 풍성한 이미지들을 이중 인화시켰다.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즘은 구조주의로 같이 얘기하기도 한다.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영화다. 어느 한 부분을 오랫동안 장시간 지켜봐야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느끼게 한다. 현란한 카메라 이동이나 화려한 앵글 변화가 있지 않다. 명상 영화로 볼 수 있다.
앤디 워홀
엠파이어 (1964)
8시간 동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한 각도에서 움직이지 않고 촬영한 작품이다. 빌딩의 뒷면으로 구름이 흘러가고 헬리콥터가 지나가기도 한다. 해가 저물고 밤이 되며 빌딩의 불이 빛나고 꺼지기도 한다. 시간, 공간, 이야기를 정지된 영상으로 실험했다.
마이클 스노우
파장 (1967)
(실내 천장에 달린 cctv 같은 구성이다. 방이 보이고 드나드는 사람들이 보인다. 점점 화면이 줌 된다. 낮에서 밤이 되며 남자가 갑자기 쓰러지고 여자는 전화를 한다.)
고정된 장소에서 인물, 사건, 배경이 계속 변해가는 상황을 그렸다.
조지 랜도
Film in Which There Appear Edge Lettering, Sprocket Holes, Dirt Particles, Etc. (1965)
(빠르게 넘어가는 필름을 촬영했는데 오른쪽에 있는 글자가 계속 바뀌어서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왼쪽에 있는 여자 사진 두 장은 똑같은 그림이라 정지된 것처럼 보인다.)
정지된 것과 움직이는 것의 대비이다.
제임스 베닝
nightfall (2011)
앤디 워홀의 엠파이어와 비슷하다. 숲 속에서 밤이 오는 장면을 찍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가는 느낌의 상태다. 그러나 엠파이어는 멀리서 찍었고 이건 숲 속에서 찍어서 관객이 마치 저 숲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제임스 베닝의 다른 영화도 보았는데 어두운 터널, 공장, 길가의 컷이 있는 1부와 2부의 건물이 연기를 내뿜는 한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부의 여러 컷을 보다가 2부의 장면을 보면 시적인 감흥이 든다.)
조이스 위랜드
cat food
조이스 위랜드는 아주 정치 사회적인 메타포를 준다. catfood는 고양이가 고등어를 뜯어먹는 장면을 담은 영화다. 커트는 다양하지만 행동은 하나인 미니멀리즘 영화다. 하나의 행동을 기록하는 실험이며 단순한 행위가 은유적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파도소리를 집어넣어 관객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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