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별 인연 없이 살고 있었는데 2018 러시아 월드컵 때 본 축구가 너무 재미있었다.
조별리그 한독전은 말할 것도 없고 16강전 벨기에 일본에서 두 골로 지고 있던 벨기에가 2골 따라잡고 막판에 쐐기 골 넣은 경기도 재밌었다. 8강에서 프랑스 골키퍼 로리스가 잠자리 먹을 뻔(?)한 것도 신기했고 이때 지고 있던 우루과이 히메네스가 경기 중에 울먹거리는 건 찡했고... 네이마르 푸드득거리며 데굴데굴 구르는 것도 재밌었고 (처음엔 아픈 줄 알았는데 연기하는 거라 해서 웃겼다) 음바페의 연이은 인성질은 너무 짜증났다. 크로아티아 선수들 갈수록 피골 상접해가며 투혼 발휘하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마지막 프랑스와의 결승전도 흥미진진했다.
메시, 호날두 같은 유명 선수들 이름만 조금 들어봤고 룰도 모르는데 경기 보는 동안 옆에서 동생이 쟤는 이집트의 유일신이고 쟤는 한 때 인간계 최고의 스트라이커였고 쟤는 수지를 닮아서 별명이 수지고 블라블라 선수들 tmi 풀어주고 저 우는 우루과이 선수랑 킥하는 프랑스 선수랑 원래 리그에서는 같은 팀에서 뛰는 선수다 등등을 설명해줘서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밥 먹을 때, 머리 말릴 때는 tv를 틀어 spotv에서 해주는 축구 경기를 조금씩 봤다. 아마 그게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이었던 것 같다. 월드컵을 통해 알게 된 선수들이 나올 때 되게 반가웠다. 특히 살라를 봤을 때는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너무 반가웠다. 살라가 교체로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골 넣으니까 신나더라. 살라가 있는 팀이 리버풀이라는 것도 머리에 확실히 입력했다.
이제는 밥 먹을 때나 머리 말릴 때처럼 비는 시간에 잠깐 보는 게 아니라 spotv 편성표를 보고 재밌어 보이는 경기 시간 확인해 다이어리에 적어두고 있다. 하이라이트보다는 풀경기를 보고 싶은데 시간대가 시간대인지라 생중계 챙겨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편성표 보는데 UEFA 슈퍼컵 재방을 저녁에 해주기에 처음부터 봤다. UEFA가 뭔지는 모르지만 결승이라니 재밌을 것 같았다. 그 전에 밥 먹다 하이라이트 연장전 부분을 봐서 본 경기는 2:2고 연장전에서 아틀레티코가 두 골을 넣어 이겼다는 결과를 알고 봤는데도 재미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에 대해 알고 있는 건 호날두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고 AT 마드리드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딱히 없었는데도 흥미진진했다.
월드컵 볼 때는 스웨덴 스위스 16강전처럼 와 축구 경기가 이렇게 재미없을 수도 있구나 싶은 노잼 경기도 있었고 한 쪽은 뺑뺑 골 돌리고 한 쪽은 미친 수비하면서 시간만 흘러가는 경기도 많았던 것 같은데 레알 마드리드 VS AT 마드리드는 시작부터 눈이 뱅글뱅글 돌아갈 정도로 리듬이 빨라서 재밌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잠깐 딴 얘기하는 사이에 벌써 골 들어가고 그러더라.
그리즈만, 고딘, 모드리치는 월드컵에서 눈에 익은 선수들이라 반가웠다.
고딘은 이마 벗겨지고 만사에 피곤해 보이는 사람이 우루과이 포르투갈전에서 뭘 모르는 내 눈에도 영리하게 잘 하는 게 보여서 인상 깊었는데 AT 마드리드 선수였다.
이번에는 월드컵 때처럼 옆에서 tmi 풀어주고 눈높이 맞춰서 해설해주는 동생이 없어서 그냥 멍하니 보기만 했다.
레알 유니폼 예쁘다, 역시 흰색이 제일 깔끔해 보이네.
가레스 베일은 크리스 파인 좀 닮았다.
아틀레티코 머리 길고 풍채 좋은 아저씨는 뭘 열심히 쓰시네+뭔가 열심히 씹고 계시네.
아 저 관중석에 검은 정장 입은 사람이 아틀레티코 감독이라고? 근데 왜 저기 있어?
이름이 코레아래, 신기하다.
이렇게 보고 있는데 페널티 나오니까 아틀레티코 선수들이 심판 둘러싸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항의하다 코스타 경고 받는 것도 흥미진진.
디에고 코스타는 왠지 모르게 털 난 곰돌이가 떠올랐다. 알못 입장에서는 성격 불같은 선수들이 재밌는데 코스타도 재미있는 캐릭터 같았다.
그러다 코스타가 어떤 선수 뒷목 차는 건 보다가 진짜 너무 깜짝 놀랐다. 난 되게 놀랐는데 경기 중 실수로 일어난 일? 그런 걸로 어찌어찌 그냥 넘어가는 것 같았다.
해설들이 지금 저 두 선수가 붙을 때마다 둘 중 하나는 넘어져야 끝난다, 이런 식으로 말하던데 둘 다 성격이 좀 있나 보다.
레알에서는 마르셀로가 눈에 띄었다. 축구 1도 모르는데 뭘 모르는 눈에도 뭔가 잘해보였다. 난 그 사람이 당연히(?) 공격수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동생이 수비수라고 알려줘서 놀랐다. 머리 스타일도 간지더라.
축구에 대해 잘 모르지만 경기를 보다보니 왜 이렇게 전 세계에 축구팬들이 많은지 알 것 같다. 정말 각본 없는 드라마고 매력 있는 스포츠다. 카메라에 잡힌 아틀레티코 팬이 눈물 훔치는 거 보니까 되게 찡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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