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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Daft Punk - Giorgio By Moroder / 알바하면서 듣다가 눈물 날 뻔한 노래




Daft Punk - Giorgio By Moroder 


평일엔 학교를 가고 주말에는 알바를 했다. 아침 10시까지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일하는 알바였다. 손님 있으면 밤 11시, 12시까지도 일했다. 알바가 끝나면 캄캄한 밤거리를 40분간 걸어서 집에 돌아왔고 씻고 잤다. 그리고 다음 날 일어나면 다시 40분간 걸어서 출근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돈 계산하고 루틴대로 움직이면서 기계처럼 할 일만 하던 시간이었다. 그때 알바하면서 내내 음악을 틀어놨는데 그때 내 상태가 음악을 음악으로 들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대부분의 음악은 그냥 생활소음처럼 공간만 채우다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어떤 음악은 마비된 정신을 깨우며, 관성대로 생각 없이 움직이는 일상을 뚫고 화살처럼 꽂혔다. 다프트 펑크의 Giorgio By Moroder가 그런 음악이었다.


어느 날 주말, 평소처럼 생각 없이 움직이며 정해진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소 독특한 억양의 나레이션이 들렸다.


When I was fifteen, sixteen

when I started really to play the guitar

I definitely wanted to become a musician

It was almost impossible because the dream was so big


그렇게 시작한 나레이션은 이상하게 나를 사로잡았고 남자는 계속 담담하게 자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작은 마을에 살았고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는 학교를 그만두었고 차에서 쪽잠을 잤다.

그는 정말로 음악을 하고 싶었다.

단순히 연주만 하는 게 아니라 곡을 쓰고 싶었다.


나는 어느새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젊은 시절 '미래의 사운드'를 만들려 했던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My name is Giovanni Giorgio.

But everybody calls me Giorgio.


그 다음 순간부터 남자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지금껏 남자가 나레이션을 할 때 밑에 슬슬 깔리던 음악이 전면에 나서며 쭉 이어진다. 음악은 꼭 끝이 없을 것처럼 계속 달려가고 무언가를 뚫고 올라가는 것처럼 고조된다. 거의 음악에 취하는 것 같았다. 음악이 만드는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얼마나 그렇게 흘렀을까.

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나타난다. 남자는 차분하게 말한다.


Once you free your mind about a concept of Harmony and music being correct.

You can do whatever you want.

so, nobody told me what to do.

And there was no preconception of what to do.


갑자기 울컥하면서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남자의 나레이션이 내 상황이랑 겹치면서 마음이 우수수 흔들렸다.

꼴사납게 알바하다 가게에서 울지 않기 위해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다시 음악이 쭉 이어지는데 8분대부터는 너무 좋아서 그냥 미칠 것 같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음악이 나를 휘감고 빨아들여 어딘가로,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느낌이었다.


나레이션을 한 조르조는 이탈리아 출신의 유명한 작곡가 겸 가수, 프로듀서인 '디스코의 전설' 조반니 조르조 모로더로 우리나라에는 88 서울 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의 작곡가로 잘 알려져 있다.


오래 전 작은 마을에서 자신에게는 너무 큰 꿈을 꾸며 '미래의 사운드'를 찾았던 청년이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미래에서 지금은 너무나 널리 알려진 자신의 이름을 담담히 얘기할 때 이상한 감동이 느껴진다.


9분 정도의 음악이 끝나자마자 다시 처음부터 들었다. 도저히 한 번만 듣고 넘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일을 하며 Giorgio By Moroder를 듣고 또 들었다. 더 이상 음악이 아무 의미 없는 생활 소음으로 사라지지 않았고 단순히 청각만이 아니라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 조르조 모로더가 이 곡을 녹음하러 갔을 때 60년대부터 오늘날까지의 시대가 다른 세 개의 마이크가 스튜디오에 있었다고 한다. 조르조가 엔지니어에게 왜 이렇게 많은 마이크가 있냐고 묻자 엔지니어는 조르조가 말하는 시기에 따라 그 시기의 마이크를 사용해 녹음할 거라고 대답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60년대 마이크로 한 녹음과 21세기의 마이크로 한 녹음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지만 창작자인 다프트 펑크는 그 차이를 알았고 그들에게는 그게 중요했던 것이다. 그런 예리한 귀가 너무 부럽다.



가사


Daft Punk - Giorgio By Moroder


When I was fifteen, sixteen

when I really started to play the guitar

I definitely wanted to become a musician

It was almost impossible because, it was, the dream was so big

That I didn't see any chance

because I was living in a little town, I was studying

And when I finally broke away from school and became musician

I thought "well, now I may have a little bit of a chance"

Because all I really wanted to do is music

and not only play music, But compose music.


At that time, in Germany, in 1969-70, they had already discotheques

So I would take my car

would go to a discotheque, sing maybe 30 minutes

I think I had about 7-8 songs.

I would partially sleep in the car

Because I didn't want to drive home

and that helped me for about almost 2 years to survive In the beginning,

I wanted to do a album with the sounds of the 50s,

The sounds of the 60s, of the 70s

and then have a sound of the future

And I said: "Wait a second, I know the synthesizer, why don't I use the synthesizer

Which is the sound of the future"

And I didn't have any idea what to do but I knew I needed a click

So we put a click on the 24 track which then was synched to the Moog Modular

I knew that could be a sound of the future

But I didn't realize how much impact would be


My name is Giovanni Giorgio,

but everybody calls me Giorgio


Once you free your mind about a concept of harmony and of music being correct,

You can do whatever you want

So nobody told me what to do,

and there was no preconception of what to do



++

조르조 모로도가 제작한 곡

도나 서머의 I feel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