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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Radiohead - True Love Waits / 이상하게 서글픈 노래




True Love Waits는 들으면 뭔가 먹먹하다. 라헤의 다른 노래와 비교하면 막 대놓고 우울한 노래는 아닌데 왜 이렇게 서글픈지 이유도 모르면서 그냥 속절없이 서글퍼진다. 이 노래가 갖고 있는 감정적인 힘에 저항할 수 없다.


초기 라이브 버전과 2016년 9번째 앨범 A Moon Shaped Pool에 실린 스튜디오 버전이 있는데 스튜디오 버전은 좀 더 느리고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은 피아노 소리가 흐른다. 듣고 있으면 예전 라이브 버전보다 더 명상적이고 이미 모든 것이 끝난 뒤에 부르는 회고적인 성격을 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 어느 평론가가 스튜디오 버전의 True Love Waits에서는 'Don't leave'가 문자 그대로 떠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마치 작별 인사처럼 들린다고 한 걸 본 것 같다. 톰 요크의 사생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파트너였던 레이첼과의 결별과 그녀의 죽음에 기대어 이 곡을 해석하는 걸 많이 봤는데 그런 시선이 뭔가 좀 불편하면서도 왜 그런 해석이 나오는지 이해는 된다.


처음 들은 게 라이브 버전이어서 그런지 나는 톰 요크가 기타 치면서 부르는 라이브 버전이 더 좋다. 2016년의 세련된 스튜디오 버전에 비하면 좀 투박하고 템포가 살짝 성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내게는 90년대의 이 버전이 감정을 더 직접적으로 쏟아내는 것 같다. 


좀 더 두려움 없이 모든 것을 쏟아내는 느낌. 아직 앞일을 모르는 청춘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캄캄한 어둠 속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사랑과 두려움과 애원이 뒤섞인 이 버전에서는 기묘한 희망과 확신마저 느껴진다. 당신이 떠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그러지 않을 거라는 확신. 


어쩌면 그래서 더 서글픈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면 사랑은 소멸하고 사람도 떠난다. 적어도 죽음 앞에서는 떠나지 말라는 말은 너무 무력하고 시간 앞에서 부서질 희망이 빛나는 건 우리를 눈물겹게 만든다.




가사


Radiohead - True Love Waits


I’ll drown my beliefs

To have your babies

I’ll dress like your niece

And wash your swollen feet


Just don’t leave

Don’t leave


And true love waits

In haunted attics

And true love lives

On lollipops and crisps


Just don’t leave

Don’t leave


I’m not living

I’m just killing time

Your tiny hands

Your crazy kitten smile


Just don’t leave

Don’t leave


Just don’t leave

Don’t lea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