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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18년 12월 기록 - I'm from a different age




노래 하나에 꽂히면 그 노래만 주구장창 계속 듣는데 요즘은 current joys의 a different age를 그렇게 듣고 있다.

첫 소절 가사가 귀를 잡아끈다.


you don't know me, 'cause I'm from a different age


cause I'm from a different age.

이 부분 가사에 확 꽂혔다.

음악은 들었을 때 빅 스타가 생각났는데 current joys 인터뷰 보니까 영향 받은 뮤지션 중에 빅 스타가 있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노래 끝날 때까지 두근두근 대기하다가 진행자가 말하는 제목 받아 적고 나중에 다시 들으면 그때 그 느낌이 아니다.



극장에서 어르신 관객들 속에서 옛날 영화 보는 게 재밌다. 그런데 왜 재밌는지 모르겠음. 내가 정확히 뭐에 매력을 느끼는지 알고 싶다.

영화 자체의 매력이라기보다는 80년 넘은 옛날 극장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랑 아마도 그 분들이 젊은 시절에 보셨을 법한 몇 십 년 된 영화를 보는 공간, 상황, 분위기가 총체적으로 어우러져서 좋은 것 같은데 이걸로는 너무 두루뭉술하다. 왜 그것에 매력을 느끼는지 그 마법의 비밀을 더 또렷하게 짚어내고 싶음.

'당대의 스타'가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는 수십 년 전 스타 영화를 보면 오래 전에 사라진 별의 빛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12월 초에는 오므라이스에 재미 붙여서 거의 하루에 한 번은 만들어 먹었다. 자투리 야채 소비하는데 최고다. 

관건은 계란인데 그냥 납작한 계란 지단 말고 대충 오믈렛해서 계란 몽글몽글하게 만들어 먹는 게 좋다. 

사람은 가끔이라도 부드러운 걸 먹어야 하는 것 같다. 딱딱하고 질긴 것만 먹으면 사람도 딱딱하고 질겨지는 것 같다. 부드러운 걸 먹을 때면 나도 같이 좀 말랑해지는 것 같고.



추워지니까 산책 안 나가게 된다.

밥 먹고 kbs 클래식 fm 정만섭의 명연주 명음반 들으면서 산책하는 게 소소한 낙이었는데 요즘은 너무 춥다. 산책 좀 하다보면 볼은 얼고 코찔찔이 되어 있다. 이번 달에는 지금까지 딱 여섯 번 산책했다. 남은 날에 매일매일 산책한다 해도 열 번이 안 됨.



시간 관리를 좀 해야 할 것 같아서 책상에 각기 시간이 다른 모래시계 세 개를 늘어놓았다. 모래시계가 다 떨어질 때까지 만이라도 집중하자, 모래시계 다 떨어질 때까지만 놀자, 이런 식으로 쓰는데 확실히 시간을 눈으로 보니까 도움이 된다.



나는 어렸을 때 산타를 믿었나? 하고 생각해 봤는데 내게는 산타를 믿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 같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했다는 슬픈 얘기는 아니고,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선물은 있었지만 카드에 우리 엄마의 절대 몰라볼 수 없는 너무나 낯익은 글씨체로 '엄마 산타'가 준 선물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건 엄마가 주는 선물이라는 게 너무 확실해서 산타에 대한 환상이 피어날 틈이 없었다. 몰라야 상상할 수 있다. 모든 게 너무 확실해버리면 상상이 자랄 수가 없다.



한 해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첫날까지의 이 이상한 시간을 언어로 표현한 것 중에 미셸 투르니에의 글보다 더 구구절절 내 마음이랑 똑같은 건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외면일기에서 그 부분을 다시 찾아 읽었다.


크리스마스와 정월 초하루 사이의 기이한 일주일은 시간의 밖에 있는 괄호 속 같다. 지난해가 끝났지만 아직 새해는 시작되지 않았다. 하마터면 나는 그 기이한 시간의 공백 속에서 태어날 뻔했다.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 문장이 너무너무 좋다. 내 생각, 내가 느끼는 걸 다른 사람이 너무나 완벽하게 정리해준 것 같다.

내 생일을 내가 정할 수 있다면 나는 12월 26일에 태어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