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소마>(2019), (감독판), 아리 애스터
플로렌스 퓨는 연기의 신이다.
<레이디 맥베스>(2016)도 잘한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 영화는 풍광, 의상, 배우, 모든 것이 그림 같은 작품 속의 한 구성 요소로 완벽하게 잘 녹아내린 느낌이었고 미드소마는 플퓨의 연기가 작품을 이끌고 나가는 느낌.
미드소마 보는 내내 플퓨의 표정, 느낌, 공기 등이 영화를 호흡하게 했고 관객이 피부 한 꺼풀 아래 술렁이는 대니의 신경 다발을 감각하게 하는 연기였다. 어떻게 저렇게 하는지 신기하고 놀라울 뿐.
제일 좋았던 이미지는 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꽃으로 뒤덮여 인간을 넘어선 꽃의 덩어리가 되어 비척비척 걷는 메이퀸. 인간 '이상'의 존재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은 것 같고 초월도 적절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딱 맞는 단어를 못 찾겠다. 아무튼 대니가 더 이상 육체의 인간이 아닌 '무언가'가 되어 움직이는 강렬한 이미지였다.
장편 둘이랑 단편 하나 밖에 안 봤지만 아리 애스터의 영화에서는 계속 집안(내부)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데 이때 집안-공간은 자기 완결성이 있고 일종의 폐쇄성이 보인다. 유전은 첫 장면부터 미니어처 집안이고 믿솜의 호르가는 스노볼 안의 세상처럼 느껴진다.
아리 애스터가 자기를 운명론자라 했다는데 이런 세계관이 영화 속 공간이 자기완결적인 폐쇄성을 띠는 것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다음 영화에서는 '내부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가 어떻게 발전되고 어떤 공간에서 구축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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