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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거울, 미셸 투르니에 - 개념들을 산책하는 즐거움 미셸 투르니에의 《생각의 거울》은 서로 상대적인 쌍을 이루는 개념 둘을 짝지어 생각을 전개해나가는 철학 에세이다. 작가가 쓴 서문에 따르면 고립된 개념은 사색에 매끈한 표면을 제공하기 때문에 손을 댈 수 없지만 반대 개념을 그 개념에 대치시키면 그 개념은 파열되어 버리거나 투명해져서 내적 구조를 보여 준다고 한다. 황소의 목은 말의 엉덩이에 의해서만 분명해지고 스푼은 포크 덕택에 본질을 보여주고 달은 환한 대낮에만 진정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둘씩 짝 지어진 114개의 개념들은 '남자와 여자'부터 시작해서 '존재와 무'에까지 도달하는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 특수한 것으로부터 출발해서 가장 보편적인 것에 이르는 순서를 택했다고 한다. 보통 한 장 반, 길어야 두 장 정도인 57편의 짧은 글들로..
[번역 비교] 어둠의 심연(을유)/암흑의 핵심(민음사) 한국에는 조지프 콘래드의 《Heart of darkness》가 '어둠의 심연' 또는 '암흑의 핵심'으로 번역되어 있다. 어둠의 심연과 암흑의 핵심이라니. 느낌이 사뭇 다르다. 제목부터 이렇게 다른 걸 보면 본문의 번역도 느낌이 꽤 다를 것 같았다. 을유문화사 이석구 번역의 《어둠의 심연》과 민음사 이상옥 번역의 《암흑의 핵심》을 원서와 비교하며 읽었다. 확실히 달랐다. 번역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부분을 몇 부분 뽑아 을유문화사 어둠의 심연, 민음사 암흑의 핵심,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낸 원서 순으로 적어 보았다. 그는 어떠한 일도 창의적으로 시작하지 못했고, 단지 판에 박은 일과만 해낼 수 있었네—그뿐이야. 하지만 대단했네. 비록 사소한 것이지만, 도대체 무엇이 그와 같은 부류를 지배할 수 있는지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