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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영화

11월에 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2018)


감독 : 브라이언 싱어

출연 : 라미 말렉, 귈림 리, 벤 하디, 조셉 마젤로, 루시 보인턴, 앨런 리치


영화적으로는 별로다.

애초에 좋은 영화일 거라는 기대도 안 했지만 그래도 이건 심함.

내 돈 내고 봤으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

퀸 음악 듣고 라이브 에이드에 뽕 차려면 그냥 공연 실황을 보고 말지.

같이 본 사람은 다른 배우들은 진짜 닮은 사람들로 쏙쏙 잘 뽑아 왔는데 라미 말렉은 프레디랑 너무 안 닮았다고 아쉬워함. 

라미 말렉의 눈은 너무 아름답고 땡글땡글 크다고.

원래 보랩에서 프레디 역은 사샤 바론 코헨이었다는데 외모만 보면 확실히 이쪽이 더 프레디랑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SEL 특별전 <카메라의 눈>에서 본 영화 8편


사촌 줄스 (1972)

감독 : 도미니크 베니체티


축복의 숲 (1986)

로버트 가드너


런치 브레이크 (2008)

감독 : 샤론 로크하르트


리바이어던 (2012)

감독 : 샤론 루시엔 카스탱-테일러, 베레나 파라벨


마나카마나 (2013)

감독 : 스테파니 스프레이, 파코 벨레즈


철의 나라 (2014)

감독 : J.P. 스니아덱키


싱글 스트림 (2014)

감독 : 파웰 워이타식, 토비 킴 리, 에른스트 카렐


검은 태양 (2016)

감독 : 라우라 우에르타스 밀란


따로 후기 씀.

http://papercup9.tistory.com/53

사촌 줄스랑 축복의 숲이 좋았다.






잉마르 베리만 탄생 100주년 기념

제7회 스웨덴 영화제 영화 5편


이번 스웨덴 영화제 상영작은 베리만의 영화 7편과 베리만 생전의 인터뷰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베리만 아일랜드>(2006)를 포함해 총 8편이었다.



8편의 상영 작품


모니카와의 여름 (1953)

제7의 봉인 (1957)

산딸기 (1957)

페르소나 (1966)

가을 소나타 (1978)

화니와 알렉산더 (1982)

사라방드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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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만 아일랜드 (2006)


무료로 진행되니 돈 걱정도 없겠다 상영 기간 내내 극장에 붙어서 여러 번 보려 했는데 베리만 작품 4편, 다큐멘터리 한 편을 한 번씩 밖에 못 봤다. 너무 아쉬움.






제7의 봉인 (1957)


감독/각본 : 잉마르 베리만

출연 : 막스 폰 쉬도우, 군나르 비요른스트란드, 벵트 에케로트, 닐스 포프, 비비 안데르손, 군넬 린드블롬, 잉가 길

촬영 : 군나르 피셰르


이번 스웨덴 영화제에서는 베리만의 영화를 틀어주기 전 베리만 생전에 찍은 인터뷰 영상이 짤막하게 나온다. 제7의 봉인이 나오기 전 베리만은 말한다. 나는 내 작품을 잘 보지 못한다고. TV 작품을 포함해서 평생 50~60 작품을 찍었는데 그 중에서 내가 간신히 견딜 수 있는 작품은 10편 정도라고. 그리고 그는 덧붙인다.

"제7의 봉인은 그 중 하나입니다."


영화 배경은 흑사병이 도는 중세다. 그리고 그 유명한 죽음과 체스를 두는 기사가 나온다. 기사는 죽음과 체스를 두면서 죽음을 지연시키고 계속해서 길을 떠난다. 그의 종자는 확고한 무신론자다. 자기 말마따나 모든 것을 비웃는다. 그러나 비웃는다고 해서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 두 사람에 여행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달빛 아래 마녀사냥도 나오고 연애소동도 나오면서 영화는 이어진다. 그리고 기사와 일행들은 기사의 집에 도착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의 방문을 받는다.


광대가 나오는데 그는 현실이 아닌 또 다른 현실을 본다. 그에게 세계는 완벽히 닫혀 있거나 하나가 아니다. 성모 마리아와 아기의 환상을 보고 나중에는 숲에서 기사가 죽음과 체스를 두는 것을 보며 마지막에 가면 자신이 떠나온 사람들이 죽음과 함께 둥글게 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 것을 본다.


죽음을 앞둔 기사는 죽음 자체보다는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것인가, 신은 없는가, 하며 신의 침묵에 괴로워한다. 죽음과는 함께 체스를 둘 수 있다. 그러나 신은 어디 있는가, 왜 느낄 수 없는가. 그러면서 그는 체스를 엎어 광대 부부와 아기가 죽음으로부터 잠시 피할 시간을 벌어주기도 한다.


보고 나면 뭔가 묘하게 외로워진다. 졸라 속물적인 인간으로 아무 생각 없이 잘 살아왔는데도 베리만의 영화를 보고나면 정말로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뭔가 없다면 그 거대한 침묵 앞에서 차마 이 삶을 견딜 수 없다는 그런 생각에 막 가슴이 아프다.






산딸기 (1957)


감독/각본 : 잉마르 베리만

출연 : 빅토르 셰스트룀, 비비 안데르손, 잉그리드 툴린

촬영 : 군나르 피셰르


이삭 보리는 의학 박사 5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하러 길을 떠난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며느리와 동행하며 대화도 하고 세 젊은이를 태워주기도 하고 이상한 부부를 만나기도 한다. 나이든 박사가 어린 시절에 놀던 별장에 방문하는데 거기서 과거의 시간이 겹쳐진다. 오래 전 자신이 낚시를 하느라 없었던 집의 모습, 그 때는 몰랐던 자기 가족들의 모습을 본다. 과거의 순간을 늙은 배우가 돌아다니면서 보는 연출이 마법 같았다. 시간과 공간이 구부러지고 겹쳐지면서 진짜를 만들어낸다.







가을 소나타 (1978)


감독/각본 : 잉마르 베리만

출연 : 잉그리드 버그만, 리브 울만, 레나 뉘만, 발바르 비요르크

촬영 : 스벤 닉비스트


영화 보고 나서 신형철 문학 평론가의 시네 토크를 들었는데 서두에서 자신은 영화인도 아니고 잉마르 베리만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라고 못 박고 시작했다. 가을 소나타에 대해 보면서 이건 프로이트로 하면 딱 떨어지겠다 하는 이런 영화가 아니라며 '이론과 개념들을 무너뜨리면서 막 육박해오는 영화,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 떠오르지 않는 영화'라며 영화에 대한 자신의 글을 쓰지 못했고 대신 자신이 이것저것 모아온 자료를 함께 보는 시간이 될 거라고 설명했다.


시네토크 들으면서 확실히 이 사람은 영화인이 아니구나, 잉마르 베리만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한 게 겸손이 아니라 어쩌면 진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킬링 디어 시네토크 때도 이 사람은 자신의 테마에 영화를 끌어들여서 영화를 이용하는 사람이지 영화에 복무하고 영화에 충성하며 영화 얘기를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는데 가을 소나타는 그런 느낌의 절정이었다.


에바가 아들 에릭을 잃은 얘기를 하면서 영화 속 에바를 애도를 하지 못하는, 그래서 위험한, 우울로 갈 수 있는 상황이라 말하며 애도와 우울이라는 자신이 계속 사로잡혀 있는 테마로 가을 소나타를 부숴버리는데 나의 가을 소나타랑은 달랐고 잉마르 베리만의 가을 소나타도, 나의 가을 소나타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신형철의 가을 소나타로 제대로 성립하는 것도 아니라고 느꼈다. 아니 애초에 영화에 대한 글을 쓰지 못했다는 것부터 신형철의 가을 소나타가 전달될 수 없기는 했지만.


마지막의 에바의 상황을 남편과 동생 때문에 아직 죽을 수 없는 거라고 말하는데 동의할 수 없었다. 가을 소나타의 에바를 애도와 우울이라는 틀에 집어넣는 건 뭔가 중요한 걸 놓쳐버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킬링 디어 시네토크는 그래도 동의는 할 수 없지만 배울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을 소나타는 그것도 아니었다. 영화 가을 소나타가 아니라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으며 확실히 사람은 자기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수긍할 수 있는 남의 말 따오는 건 그냥 기초 작업이지 자기 작업은 아니다. 힘든 만큼 끝까지 덤벼들고 물고 늘어져 자기 글을 써야 뭐가 되도 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시네 토크 후기가 아니라 영화 얘기를 하자면 가을 소나타는 베리만 영화에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많이 줄어들고 빠진 것 같았다. 가을 소나타를 좋은 영화라고 할 수는 있어도 좋은 베리만 영화로 꼽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가을 소나타에서 가장 베리만 영화 같았던 부분은 잉그리드 버그만이 나오지 않는 부분이었다. 마지막에 어머니가 떠난 후 에바가 혼자 집 밖을 걸으며 생각하는 장면.


또 모녀가 얘기하면서 딸이 어머니에게 열여덟 살 때 스테판이랑 아이 생겼을 때 엄마가 낙태 종용했다고 원망하는 장면은 뭔가 김이 샜다. 너무 뻔하다는 생각도 들고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들면서 왠지 모르게 이 장면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릴 때 사고 친 거 낙태시켰다고, 스테판이랑 나는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다고 어머니를 원망하는 딸. 이건 뭔가 진짜 같지 않았다. 계속 같은 말의 반복인데 뭔가 가장 깊숙이 숨겨든 비장의 무기처럼 꺼내드는 이 낙태 원망은 정말로 정말로 진짜 같지 않았다. 이게 남자가 쓴 모녀 이야기라는 게 여기서 새삼 느껴졌다.






화니와 알렉산더 (1982)


감독/각본 : 잉마르 베리만

출연 : 베르틸 구베(알렉산더), 페닐라 올윈(화니), 에바 프뢸링(에밀리), 알란 에드발(오스카), 군 발그렌(헬레나), 페르닐라 아우구스트(마이), 엘란드 요셉손(이삭), 스티나 에크블라드(이스마엘)

촬영 : 스벤 닉비스트


잉마르 베리만 영화 중 내가 가장 처음으로 본 게 이 영화였다. 학교 도서관에 있는 DVD로 두 번 봤는데 이번 스웨덴 영화제 덕분에 처음으로 극장에서 봤다. 보면서 이 영화는 내가 살면서 앞으로도 계속 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이 좋다.

촛불이 켜진 아름다운 종이 극장 무대가 열리면서 시작하는 첫 장면부터 스트린드베리의 꿈의 연극으로 너무나 근사하게 마무리 짓는 것 결말까지.

 



이상하게 혼자 남은 집 안, 탁자 아래 숨어 대낮의 환한 빛 속에서 조각상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어린 알렉산더를 보면 유년의 마법의 순간들이 떠오르고 아이들이 한밤에 몰래 마법 랜턴을 볼 때는 그 빛에 나까지 같이 홀린다.


에크달이라는 훌륭한 가문의 아들로 태어나 나는 세상의 왕자였는데 이제 이류인생으로 추락했다고 고통스러워하는 칼을 보면 뭔가 쯧쯧, 저 한심한 인간, 하고 얼굴을 찌푸리며 쉽고 간단하게 넘겨 버리지만은 못하게 되고 햄릿의 유령을 연기하다 "이제 유령 역할을 정말 잘 할 수 있겠군."하며 죽어버리는 아버지 앞에서는 기묘한 감각에 몸을 떨게 된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극 햄릿을 하다가 무대에서 죽은 진짜 자기 아버지의 유령을 보고 그 무대를 끝까지 마무리 짓지도 못했으며 두 번 다시 연극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 얘기도 생각난다. 이 영화에서 죽은 아버지들의 유령은 햄릿의 유령이 그랬던 것처럼 현실의 세계를 배회하는데 뭔가 살아있는 자의 세상과 죽은 자의 세상이 그렇게 확실히, 완전하게 나뉘어 있지 않다는 것, 그런 걸 생각하게 된다.





한밤중에 죽은 아버지의 관이 안치된 방 안을 혼자 배회하면서 말이 되지 못하는 소리, 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로 울부짖는 어머니의 비명도 잠에서 깨어나 문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린 화니와 알렉산더처럼 마치 내가 겪은 경험인 것처럼 잊히지 않는다.


아버지의 장례식 날, 엄숙한 예에 맞춘 그 장엄한 예식에서 오줌, 지옥, 똥, 방귀, 설사, 똥꼬, 엉덩이, 고름 들을 주문처럼 끝없이 중얼거리는 알렉산더의 반응도 그게 진짜 사실처럼 느껴진다.


랍비 이삭이 아이들을 구출하는 장면에서 목사에게 발각되자 이삭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며 절박한 소리를 지르고 이어서 화면은 밝은 햇빛이 점령하는 것처럼 화이트아웃이 되고 궤짝 속에 숨어 있는 아이들이 목사가 연 다락방에 누워있는 장면도 이 영화에서는 그냥 단순한 사기만은 아니다. 랍비의 조카 아론이 말하지 않나. "세상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많지. 마술을 해보면 알 수 있어."


무엇보다 이 영화에는 내가 느끼는 세계가 있다.


"우리는 층층이 쌓인 여러 개의 현실에 둘러싸여 있어. 거긴 유령, 영혼, 요정, 천사, 악마가 우글거리고 있지."


수호천사이자 악마인 이스마엘이 알렉산더에게 "아마 우린 같은 사람일 거야, 둘 사이엔 경계도 없고 서로를 통하며 끝없이 거대한 강물처럼 흐르지."라고 말하는 것도 좋다. 알렉산더 에크달이라고 종이에 쓰고 그걸 읽으면 이스마엘 레친스키가 되는 마법. 서로 다른 존재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연결은 내가 언제나 매혹되는 테마 중 하나다.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구스타브가 하는 연설도 좋다.




"에크달 집안사람들은 세상을 분석하러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작은 세계에서 살아야 합니다. 거기서 만족하고 최선을 다해 그 삶을 가꿔야 합니다. 세상은 도둑들 소굴이고 밤은 다가옵니다. 악이 사슬을 끊고 미친개처럼 세상을 휘젓습니다. 그 독성이 에크달과 모든 사람들을 파고듭니다. 누구도 도망칠 수 없어요. 갓 태어난 헬레나 빅토리아도 오로라도, 그렇게 될 겁니다. 그러니까 행복할 때 행복을 느낍시다. 사랑하며 친절하고 너그럽게 삽시다. 이 작은 세계에서 즐겁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어린 아기를 안고 하는 이 말도 참 좋다.


"제 품엔 작은 여왕이 있습니다. 만질 수는 있어도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 제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주겠죠. 언젠가 이 작은 세계 뿐 아니라 모든 걸 지배하면서, 모든 걸."


이 부분에서는 나이 든 잉마르 베리만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냥 쉽게 허무주의나 냉소, 비관주의로 빠져버리지 않고 새로운 세대와 자기를 넘어 갈 사람들에게 말을 전하는 것 같아 뭉클해지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이 화니와 알렉산더를 말하며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결말을 지닌 작품'이라고 했는데 구스타브 에크달의 연설이 그 아름다운 결말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늙은 감독이 마지막에 세련된 냉소나 그런 게 아니라 끝까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약한 믿음을 놓지 않으며 만들어 준 이 장면에서는 찡해진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스트린드베리의 꿈의 연극을 끌어오면서 언급하는 것도 너무 멋진 마무리였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모든 게 가능하고 개연성이 있다. 시간과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얄팍한 현실의 틀 위에 상상은 새로운 무늬의 천을 짠다."


내가 본 건 항상 188분짜리 극장판이었는데 312분짜리 TV용 버전을 보고 싶다.






베리만 아일랜드 (2006)


감독 : 마리 뉘레로드


발트 해에 있는 포뢰 섬에 자신의 공간을 꾸린 베리만을 찾아가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베리만이 보름달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게 인상 깊었다. 보름달 달빛이 집안으로 들어올 때, 달빛이 이상한 필터를 쓴 햇빛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세계를 접한 것 같은 순간, 모든 것이 내게 뭔가 말하는 것 같은 순간.


또 나이든 감독이 자신을 쫓아다니는 악령의 이름을 말하고 악령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다.


1995년에 죽은 부인 잉그리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녀와 자신의 세계가 완전히 분리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함께 있다고 느낀다고, 자신이 죽으면 그녀가 마중을 나올 것 같다고 말하는 것도 베리만다웠다. 그의 삶과 작품이 다른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11월에는 SEL 특별전이랑 스웨덴 영화제 말고는 딱히 영화를 보지 않았다. 확실히 추워지니까 밖에 안 돌아다니게 된다.


11월에 본 영화 중 좋았던 영화는 사촌 줄스, 축복의 숲, 제7의 봉인, 산딸기, 화니와 알렉산더. 하나만 뽑자면 역시 아무래도 화니와 알렉산더. 처음 봤을 때 내가 느끼는 세계가 바로 이거야, 하며 몸을 떨었던 기억이 너무 강렬하다.


실현 가능성은 조금도 없지만 요즘 내 영화관에 대해 자주 상상하는데 혼자서 영화관 프로그램을 짜보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는 꼭 화니와 알렉산더를 틀 거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파티로 시작되는 이 영화를 이브 밤에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보고 나오면 우울해지기 쉬운 연말에 뭔가 새로운 마음이 샘솟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