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고 싶은데 영화 보기 싫을 때 보는 영화 - <24 프레임>(2017),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그럴 때가 있다. 영화 보고 싶은데 영화 보기 싫을 때. 이야기도 인물도 대사도 어쩐지 버겁게만 느껴질 때. 설날에 딱 그런 느낌이라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을 골랐다. 이야기도, 인물도, 대사도 없고 보면서 명상하는 기분이었다. 카메라 움직임도 없어 그저 한 곳에 고정되어 가만히 바라보는 것도 눈이 편했고. 이번 겨울 눈을 못 봤는데 설원, 말, 소, 사슴, 늑대, 새가 나오는 겨울 영화였고 빗소리, 바람소리, 파도 소리, 새가 날아가는 소리, 늑대와 소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ASMR이 따로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피터 브뤼겔의 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새가 날고 눈이 내리고 소와 개가 움직이는 프레임 1로 시작해서 설원에서 서로 희롱하는 두 마리 말을 차창 너머로 보고,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에서 잠든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