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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워 (2018) - 미감이 독특한 영화 스포 있음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영상이 참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4:3 비율의 흑백 영화인데 모든 프레임이 그림이다.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촬영 자체도 아름답고 구도도 예술이고 카메라 움직임도 훌륭하다. 촬영 감독이 루카즈 잘이던데 이름 기억해 둬야겠다. 음악이 중요한 영화인데 음악도 굉장히 아름답다. 1949년부터 1964년까지 긴 사랑의 세월을 다루는데 시대 흐름이나 공산권이냐 서방세계냐 어떤 세력권의 공간이냐에 따라서 클래식, 전통 민요, 프로파간다 찬가, 샹송, 재즈, 영화음악, 기타 등등이 나온다. 구구절절 구차하게 설명하지 않고 음악만으로도 당시 시대상과 인물이 지향하는 이상, 성격, 시대배경과 공간을 선명하게 그려준다. 인물들 사이에 중요한 음악이..
12월에 본 영화 해바라기 (1970) 감독 : 비토리오 데 시카출연 : 소피아 로렌,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류드밀라 사벨레바 소피아 로렌이 전쟁에 나가 생사도 모르는 남편을 젊은 시절 내내 기다리다가 혼자 이탈리아에서 러시아까지 건너가 직접 남편을 찾는다. 모두들 남편을 찾을 수 없을 거라 하지만 여자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낯선 외국 땅에서 간신히 찾은 남편은 러시아 여자와 결혼해서 딸을 낳고 살고 있었다. 남편의 새로운 아내와 그 딸을 먼저 본 뒤 남편과 다시 얼굴을 마주한 순간 소피아 로렌은 말 한 마디 제대로 나누지 않고 움직이는 기차에 올라타 그대로 남편을 떠나 버린다. 그리고 기차 안의 낯선 러시아 사람들 속에서 주저앉으며 오열한다. 이 장면이 되게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찾던 남자를 만났는데 ..
2018년 12월 기록 - I'm from a different age 노래 하나에 꽂히면 그 노래만 주구장창 계속 듣는데 요즘은 current joys의 a different age를 그렇게 듣고 있다. 첫 소절 가사가 귀를 잡아끈다. you don't know me, 'cause I'm from a different age cause I'm from a different age. 이 부분 가사에 확 꽂혔다. 음악은 들었을 때 빅 스타가 생각났는데 current joys 인터뷰 보니까 영향 받은 뮤지션 중에 빅 스타가 있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노래 끝날 때까지 두근두근 대기하다가 진행자가 말하는 제목 받아 적고 나중에 다시 들으면 그때 그 느낌이 아니다. 극장에서 어르신 관객들 속에서 옛날 영화 보는 게 재밌다. 그런데 왜 재밌는지 모르겠음. 내가 정..
11월에 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2018) 감독 : 브라이언 싱어출연 : 라미 말렉, 귈림 리, 벤 하디, 조셉 마젤로, 루시 보인턴, 앨런 리치 영화적으로는 별로다. 애초에 좋은 영화일 거라는 기대도 안 했지만 그래도 이건 심함. 내 돈 내고 봤으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 퀸 음악 듣고 라이브 에이드에 뽕 차려면 그냥 공연 실황을 보고 말지. 같이 본 사람은 다른 배우들은 진짜 닮은 사람들로 쏙쏙 잘 뽑아 왔는데 라미 말렉은 프레디랑 너무 안 닮았다고 아쉬워함. 라미 말렉의 눈은 너무 아름답고 땡글땡글 크다고. 원래 보랩에서 프레디 역은 사샤 바론 코헨이었다는데 외모만 보면 확실히 이쪽이 더 프레디랑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SEL 특별전 에서 본 영화 8편 사촌 줄스 (1972)감독 : 도미니크 베니체티 축복의 숲..
낮은 소리로 말하던 시간 읽고 주절주절 읽으면서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이 생각났다. 나치즘이 세를 떨치던 시대를 다룬다는 것, 유대인과 비유대인의 우정이 나온다는 것, 책이 얇고 두껍지 않다는 것, 아름다운 문장으로 쓰였다는 것 같은 공통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급생이 비극적인 시대 두 소년의 우정을 중심을 다루며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해 마지막 한 줄의 강렬한 문장으로 끝맺는 강력한 서사의 힘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라면 안 리즈 그로베티의 낮은 소리로 말하던 시간은 나치즘의 광기가 휘몰아치던 시대를 언어로서 명료하게 정의내리는 통찰이 두드러지는 작품이었다. 낮은 소리로 말하던 시간에는 2대에 걸친 유대인과 비유대인의 우정이 나온다. '나'와 오스카는 둘도 없는 단짝이다. 그리고 '..
MBC 라이브 에이드 보고 주절주절 18. 12. 02. 밤 11시 55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흥하면서 MBC가 1985년 라이브 에이드를 재편집해서 100분 간 방송했다. 문화방송 이름값 ㄷㄷ 11시 50분쯤부터 MBC 켜놓고 대기하는데 시사프로그램인 스포트라이트 끝나고 엔딩곡으로 퀸이랑 데이빗 보위가 부른 언더 프레셔 틀어줘서 너무 웃겼다. 방송국 사람들이 진짜 막 두근두근하는 게 느껴졌음. 1985년 7월 13일 당시 공연은 약 16시간 동안 수많은 가수들이 참여했지만 이번 MBC 방송은 제한된 시간과 음향 문제로 생각보다 유명한 가수들이 빠지기도 했다. MBC 라이브 에이드 편집본 셋리스트 Status Quo - Rockin' All Over The WorldSade - Your Love is KingPhill Collins -..
SEL 교류 프로그램 <카메라의 눈> 영화 8편 후기 18. 11. 14. 수 - 18. 11. 18. 일 하버드대 산하 감각민족지연구소(Sensory Ethnography Lab, 약칭 SEL)는 인류학과 영상학의 학제간 연구를 위해 2006년 설립되었다고 한다. ACC 시네마테크가 하버드 필름 아카이브와 협력하여 진행한 프로그램 (KINO-EYE)은 SEL에 영향을 준 작품과 SEL에서 나온 대표 작품을 함께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상영작은 총 8편이다. 사촌 줄스 (Cousin Jules), 1972, 도미니크 베니체티 축복의 숲 (Forest of Bliss), 1986, 로버트 가드너런치 브레이크 (Lunch Break), 2008, 샤론 로크하르트리바이어던 (Leviathan), 2012, 샤론 루시엔 카스탱-테일러, 베레나 파라벨마나카마나 (MA..
요즘 하는 잡생각들 - 취향이다/아니다의 위험성, 철학의 필요성, 아름답고 슬픈 게 보고 싶음 1. 내 취향 아니야/내 취향이야의 위험성 ㅇㅇ하자, ㅇㅇ 보자, ㅇㅇ 갈래?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거절하는 이유는 언제나 비슷하다. 그거 내 취향 아니야. 취향이 아닌 걸 굳이 돈 쓰고 시간 들여서 하는 게 싫다. 그 돈으로, 혹은 그 시간에 내 취향의 무언가를 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 많은 걸 접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다는 건 알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집구석에 늘어져 있는 게 취향 아닌 걸 억지로 하는 것보다 더 좋을 때도 있다. 취향 아닌 작품 중에서 어떤 작품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으니까. 그 작품이 정말 나로서는 용서하기 어려운 선까지 넘어버리면 그걸 하자고 제안한 사람마저도 '이런 걸 좋아한단 말이야?' 하며 한동안 심리적으로 멀어지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