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고해는 왜 묵음 처리 될 수밖에 없었나-<두 교황> (2019),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유럽과 비유럽, 스메타나와 아바, 피아노와 축구, 전통과 변화. 출생, 취향, 취미, 생각, 성격 모든 것이 다른 두 사람이 한 쪽이 다른 쪽에 굴복하고 흡수되는 형식이 아니라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받아들이고, 다른 존재여도 우정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장벽이 아니라 다리). 거기에 믿음과 인간, 죄와 고해, 변화와 신의 목소리까지 많은 것을 건드리는데 작품에서 이 모든 것을 깊이 고민했다기보다는 적당히 매끈하게 상품으로 내놓았다. 실존 인물과 그들의 삶도 그냥 소재 빼먹기 된 것 같고. 무엇보다 베네딕토 16세가 신부들의 성폭행 고해하는 장면이 마음에 걸린다. 영화는 몇 마디 운만 띄우고 교황의 고해를 묵음 처리한다. 진정 그들을 다루려면 피할 수 없는 장면이었는데 감당 못할 것 같으니까 슬쩍..
영화 보고 싶은데 영화 보기 싫을 때 보는 영화 - <24 프레임>(2017),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그럴 때가 있다. 영화 보고 싶은데 영화 보기 싫을 때. 이야기도 인물도 대사도 어쩐지 버겁게만 느껴질 때. 설날에 딱 그런 느낌이라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을 골랐다. 이야기도, 인물도, 대사도 없고 보면서 명상하는 기분이었다. 카메라 움직임도 없어 그저 한 곳에 고정되어 가만히 바라보는 것도 눈이 편했고. 이번 겨울 눈을 못 봤는데 설원, 말, 소, 사슴, 늑대, 새가 나오는 겨울 영화였고 빗소리, 바람소리, 파도 소리, 새가 날아가는 소리, 늑대와 소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ASMR이 따로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피터 브뤼겔의 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새가 날고 눈이 내리고 소와 개가 움직이는 프레임 1로 시작해서 설원에서 서로 희롱하는 두 마리 말을 차창 너머로 보고,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에서 잠든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