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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 너무 마음에 들어 그림을 그릴 때, 나 자신이 내가 그린 그림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림의 가장 '아름다운 곳'에 내가 이르렀을 때, 그러니까 그림을 성공적으로 끝낼 무렵이면 갑자기 내 머릿속에 있는 두 번째 세계는 아주 강한 현실감이나 물질 같은 성질을 띠었고, 나는 이상한 흥분과 희열로 머리가 어찔해졌다. - 이스탄불, 오르한 파묵 랜덤 문장뽑기에서 뽑았는데 너무너무너무너무 마음에 든다. 처음 읽었을 때 진짜 아찔해질 정도로. 며칠째 지갑 속에 계속 가지고 다닌다. 더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날 때까지 빼지 않고 계속 가지고 다녀야지.
10월에 본 영화 타샤 튜더 (2017) 감독 : 마츠타니 미츠에 굳이 영화관에서 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자세한 감상은 http://papercup9.tistory.com/39 올 더 머니 (2017) 감독 : 리들리 스콧 so-so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 없음. 너는 여기에 없었다 (2017) 감독 : 린 램지출연 : 와킨 피닉스 린 램지의 다음 영화를 빨리 보고 싶다 감상은 http://papercup9.tistory.com/43 small deaths (1996)감독 : 린 램지 kill the day (1996)감독 : 린 램지 swimmer (2012)감독 : 린 램지난 물에 너무 약하다. 물, 잠수, 수영 이런 게 나오면 너무 쉽게 사로잡히고 만다. 베를린의 말 (1970)감독 : 말콤 르그리스 컬러와 브라이..
라스트 씬 (2018) - 빛과 사랑이 흐르는 영화관 인터넷에 영화 을 검색해보면 이런 소개가 나온다. "부산의 대표적인 예술영화관 국도예술관의 폐관 전 한 달의 기록. 극장을 지켜온 사람들은 담담히 마지막 날을 준비하고, 이 공간을 아끼고 사랑했던 관객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풀어 놓는다. 소중한 공간과의 이별 앞에서 지난 정권의 잘못된 문화정책이 필연처럼 떠오른다.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솔직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설명이었다. 부끄러운 건 알아서 어디 가서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난 내 현실과 맞닿아 있는 걸 보고 싶지 않다. 그게 책이건 영화건. 나는 역사도 현실도 없이, 발 없이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유령이고 싶다. 이게 위험하다는 걸 알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뿐이다. 별다른 실천도 하지 않고 가끔 머릿속으로만..
10월에 읽은 책 지독한 사랑미셸 투르니에 원제는 질 앤 잔. Gilles et Jeanne (Gilles and Jeanne). 칼 드레이어의 1928년 영화 을 보고 잔 다르크에 대한 작품을 더 보고 싶어졌다. 마침 근처에 미셸 투르니에가 잔 다르크와 한 때 그녀의 전우였던 질 드 레를 가지고 쓴 책이 있어서 집어 들었다. 역사의 희미한 모티브를 가져다 미셸 투르니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다 썼다. 질과 잔을 강렬하게 대비시키고 한 극점에서 다른 극점으로 가는 것, 불의 힘, 연금술적인 방법의 세계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유령이 움직이는 것을 보려면 사물의 표면에 구멍을 뚫어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그런 유령 중의 한 명이 되어야 합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호르헤 루이스 보르헤..
재밌게 본 미드 영드 취향에 맞는 드라마를 만나면 멈출 수가 없다. 앉은 자리에서 마지막 편까지 쉬지 않고 달리게 된다. 예전에는 드라마 보는 게 취미였는데 요즘은 본 드라마가 없다. 확 끌리는 작품이 없기도 하지만 밤을 새워가며 뭔가를 보는 열정 자체가 사라진 것 같다. 다른 글이 너무 안 써져서 손가락도 풀 겸 예전에 재밌게 봤던 미드 영드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았다. 다 본 지 오래된 작품들이라 지금 보면 감상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ROME 미국 HBO, 영국 BBC, 이탈리아 RAI 합작 시즌1 12화 2005. 08. 28~2005. 11. 20 시즌2 10화 2007. 01. 14~2007. 03. 25 출연 : 시어런 힌즈, 제임스 퓨어포이, 폴리 워커, 린지 덩컨, 케빈 매키드, 레이 스티븐슨, 인디라 바마, ..
퍼스트맨 (2018) - 감독의 변화일까 각본가의 영향일까 스포 있음 위플래쉬(2014), 라라랜드(2016), 그리고 2018년의 퍼스트맨. 데이미언 셔젤의 영화가 꿈을 좇는 자와 그에 따르는 다양한 명암을 다루고 있다는 건 이제 비밀이 아니다. 드럼 연주자가 악명 높은 선생과 함께 치킨 게임이라도 벌이는 것 같았던 미친 듯한 폭주의 위플래쉬와 배우의 꿈을 꾸는 여자와 '진짜' 재즈를 좇는 남자의 라라랜드에 이어 인류 최초로 달에 갔던 사람을 다룬 퍼스트맨까지 셔젤의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의 꿈을 향해 움직인다. 그리고 영화에서 그들은 꿈을 이루더라도 '모든 걸' 거머쥐지는 못한다. 위플래쉬의 소년 앤드류는 좋아했던 소녀 니콜을 잃고 영화의 종반에 가면 가족인 아버지와도 더 이상 예전 같을 수 없을 거라는 인상을 준다. 라라랜드의 미아와 셉은 각자의 꿈, 배우와..
실험영화 입문2 - 구조주의와 미니멀리즘 181013 (토)강연자 : 정재형 (동국대 교수)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를 다룬 첫 번째 강의는 가지 못했다. 두 번째 강의는 구조주의와 미니멀리즘이 주제였다. 강의를 들으며 해당 사조의 작품을 함께 보았다. 강연에서 언급된 영화는 모두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3차시 강의를 하루에 몰아서 하는지라 오후 1시부터 6시 20분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강의였다. 중간에 10여분 정도 두 번 쉬었다. 나눠준 유인물을 참조하여 들은 강연을 다시 정리해봤다. 녹음을 하고 옮겨 적은 게 아니라 왜곡된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을 것이다. 구조주의와 미니멀리즘에 들어가기 전에 전 시간에 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첫 번째 강의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영화를 살짝 요약해서 설명해주셨다. 실험 영화에 입문하기 전에, 오..
김형중 문학평론가 강연 후기 - 불과 시험 불과 시험강연자 : 김형중 문학 평론가 181012 (금) 저녁 7시 조금 넘어서 시작했다가 8시에 잠시 쉬었다. 다시 이어져 8시 20분에 평론가가 준비해 온 내용은 다 끝나고 질문을 받다가 8시 40분에 마무리되었다. 홍보물에 강연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없었다. 그저 김형중 문학평론가가 '불과 시험'이라는 주제를 정신분석학적으로 강연한다는 것 뿐. 가스통 바슐라르 같은 건가? 생각하며 찾아갔는데 예상 밖의 내용이었다. 난 불과 시험에서의 '시험'이 삶에서 마주치는 시험 뭐 그런 건 줄 알았는데 말 그대로 학교 시험이었다. 그것도 수능시험. 김형중 평론가는 가벼운 이야기로 강연을 열었다. 딸이 대학교 1학년인데 그 전에도 한국의 문학 교육을 신뢰하지 않았지만 자식을 키워보니 한국의 문학 교육이라는 것이..
너는 여기에 없었다 (2017) 보고 이런저런 잡생각 는 보고나서 바로 영화가 어쩌고 저쩌네 가벼운 마음으로 별 생각 없이 떠들어대기 어려운 영화였다. '야, 재밌게 잘 봤다~'하며 휴지에 코 풀듯이 일사천리로 키보드 두드려 감상 찍 싸버리고 잊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다. 쉽게 소비되는 것에 저항하는 영화. 인터넷에 있는 줄거리 소개는 다음과 같다. 끔찍한 유년기와 전쟁 트라우마로 늘 자살을 꿈꾸는 청부업자 ‘조’. 유력 인사들의 비밀스러운 뒷일을 해결해주며 고통으로 얼룩진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어느 날, 상원 의원의 딸 ‘니나’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고 소녀를 찾아내지만 납치사건에 연루된 거물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그렇게 다시 사라진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데… 죽어도 아쉬울 것 없는 살아있는 유령 같은 인생에 조용히 나를 깨우는 목소리 “Wake..
ACC 시네마테크 특별강연 - 하버드대 감각민족지연구소(SEL) 소개 The Sensory Ethnography Lab: An Introduction 181003 (수)강연자 : 헤이든 게스트 (하버드대 필름 아카이브 디렉터) 통역 : 유순미 감독 11월 둘째 주 즈음에 ACC 시네마테크에서 감각민족지 영화를 여덟 편 정도 상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개천절에 한 이 강연은 왜 민족지 연구 분야에서 영상을 활용한 이런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왜 현대 다큐에서 이런 작품이 필요한지 설명하고 ACC에서 11월에 상영하는 영화 중 다섯 편의 클립을 함께 보며 소개하는 자리였다. 고백하자면 강연에 가기 전까지 '민족지'가 뭔지 몰랐다. Ethnography라는 영단어도 생소했다. 민족지와 '감각'이 왜 묶여 있는지, 어떻게 묶여 있는지 이전에 접해본 게 없으니 막연한 상상 밖에 할 ..
9월에 읽은 책 침묵엔도 슈사쿠 마틴 스콜세지의 2016년 작 영화 사일런스의 원작 소설. 종교인이 아니어도 쑥쑥 읽힌다. 책그림책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시적인 그림과 묘한 이야기들. 자세한 감상은 따로 썼다 http://papercup9.tistory.com/31 밑줄 우리는 보다 행복한 지방에 살고 있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셈과 글쓰기 그리고 나폴레옹 황제의 영광과 몰락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배웠다. 빛 속에서 언제나 정신의 속도로 날아가는 우리를 누가 의미의 저주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인가? 자살 토끼 1, 2앤디 라일리 스타트렉, 스타워즈, 닥터후, 반지의 제왕 같은 유명한 작품들의 패러디가 눈에 띈다. 프레디 머큐리 인터뷰집프레디 머큐리그레그 브룩스, 사이먼 럽턴 편집 프레디 머큐리의 20년간의 인터뷰를 주제..
9월에 본 영화 인셉션 (2010)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엘렌 페이지, 와타나베 켄, 딜리프 라오, 조셉 고든 레빗, 톰 하디, 킬리언 머피, 마리옹 꼬띠아르, 마이클 케인 어쩌다 보니 레버넌트 보고 일주일 뒤에 봤다. 레버넌트에서 온갖 고생을 하던 디카프리오랑 톰 하디가 여기서는 엄청 뽀송뽀송하고 젊어 보였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커서 보니 킬리언 머피가 까리했다. 정장 차림에 깔끔하게 넘긴 머리, 새파란 눈까지. 약간 예민해 보이는 것도 너무 좋다. 보르헤스의 단편 중에서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영화 인셉션이 생각난다. 「너는 완전히 깨어난 게 아니라 조금 전의 꿈에서 깨어난 것이다. 이 꿈은 또 다른 꿈속에 들어 있다. 그렇게 무한히, 마치 모래의 숫자처럼 꿈 또한 영원히 계속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