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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책

테메레르, 2권까지 읽으니까 더 이상 흥미가 안 가 《테메레르 1, 2.》 나오미 노빅, 공보경 역, 노블마인 1권 왕의 용은 술술 읽혔는데 2권 군주의 자리는 1권보다 재미없었다. 왜 2권은 1권만큼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생각해봤다. 먼저 새로운 배경인 중국이 흥미롭게 구현되지 못했다. 1권에서는 해군 대령 로렌스가 뜻밖의 용의 알을 얻고 원치 않게 용의 비행사가 된다. 해군인 로렌스는 용과 함께 근무하는 영국 공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독자는 로렌스와 함께 모르는 세계에 진입한다. 다른 세계를 다루는 판타지에서는 이런 설정이 몰입하기 좋은 것 같다. 해포에서 머글 세계에서 자란 해리가 마법사 세계에 입성할 때 독자인 나도 같이 그 세계에 들어가는 것 같아 흥미진진했던 것처럼. 2권에서는 로렌스가 중국에 가는데 1권처럼 인물이 자신이 가는 세계에 ..
BBC 드라마 원작 조나단 스트레인지와 마법사 노렐 《조나단 스트레인지와 마법사 노렐》, 수잔 클라크, 이옥용 역, 문학수첩 영드 조나단 스트레인지와 마법사 노렐 원작. 드라마는 안 봤고 도서관에 있기에 책만 읽어봤다. 재미가 있는 듯 없는 듯 있었다. 초반 장벽과 약간의 노잼 구간을 버티면 1300여 페이지에 걸쳐 옅게 깔린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마법의 힘이 사라지고 마법에 대한 이론 연구만 남은 영국에 다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마법사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를 이어 두 번째 마법사가 나타나 첫 번째 마법사의 제자가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마법에 대한 견해가 달랐고 스승과 제자는 갈라선다. 여기에 나폴레옹과의 전쟁이라는 실제 역사가 더해지고 아는 이의 소개가 없으면 교류하기 어려운 당시 영국의 사회상도 그려진다. 몇 백 년 만에 등장한 마법사도 제대..
쇼스타코비치의 신랄한 유머 감각+회고록 《증언》 읽고 솔로몬 볼코프가 엮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회고록 《증언》을 읽다가 그의 어둡고 신랄한 유머 감각이 드러나는 장면을 모아 봤다. (온다프레스, 김병화 역) (지휘자 므라빈스키에 대해) 그러나 여기서는 그의 이야기를 하지 말도록 하자. 참새에게 대포를 쏘는 게 전혀 쓸모없는 낭비라는 건 너무나 뻔하지 않은가? 므라빈스키 졸지에 참새행... 시원찮은 음악가들의 음악도 많이 듣는다. 수없이 듣는다. 그들도 살 권리가 있는 법이다. 다만 '붉은군대 합창단'처럼 춤추고 노래하는 악단만은 나를 미치게 만든다. 혹시 내가 갑자기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이런 악단들은 모조리 즉시 해산시켜버릴 작정이다. 그게 내 첫 번째 명령이 될 것이고 나는 당연히 사보타주라는 죄목으로 즉시 체포되겠지. 하지만 일단 흩어진 악단은..
이언 매큐언, My Purple Scented Novel 실패한 소설가가 성공한 작가 친구의 미발표 원고를 읽고 감동에 젖어 그 책을 표절한 걸작을 써내는 게 재미있었다. 확실히 어떤 책은 읽으면 독자를 쓰게 만든다. 어떤 독서 경험은 사람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그냥 와, 이거 재밌네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나도 뭔가 쓰고 싶어! 하며 이상한 열기에 사로잡혀 달려가게 만든다. 정말로 그런 책이 있다. 잘 나가는 친구의 미발표 작품을 미리 보고 훔쳐서 내가 먼저 작품을 낸다는 것도 창작자들의 깊은 곳에 숨은 판타지를 자극하는 것 같았다. 발표되지 않은 걸작을 아무도 몰래 훔쳐서 내 거로 만든다는 거, 얼마나 유혹적인가. 마지막 장면이 좋았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화자가 개새끼인 상황인데 이상하게 묘한 감동을 준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이 단편은 시작부터 친구..
낮은 소리로 말하던 시간 읽고 주절주절 읽으면서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이 생각났다. 나치즘이 세를 떨치던 시대를 다룬다는 것, 유대인과 비유대인의 우정이 나온다는 것, 책이 얇고 두껍지 않다는 것, 아름다운 문장으로 쓰였다는 것 같은 공통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급생이 비극적인 시대 두 소년의 우정을 중심을 다루며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해 마지막 한 줄의 강렬한 문장으로 끝맺는 강력한 서사의 힘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라면 안 리즈 그로베티의 낮은 소리로 말하던 시간은 나치즘의 광기가 휘몰아치던 시대를 언어로서 명료하게 정의내리는 통찰이 두드러지는 작품이었다. 낮은 소리로 말하던 시간에는 2대에 걸친 유대인과 비유대인의 우정이 나온다. '나'와 오스카는 둘도 없는 단짝이다. 그리고 '..
10월에 읽은 책 지독한 사랑미셸 투르니에 원제는 질 앤 잔. Gilles et Jeanne (Gilles and Jeanne). 칼 드레이어의 1928년 영화 을 보고 잔 다르크에 대한 작품을 더 보고 싶어졌다. 마침 근처에 미셸 투르니에가 잔 다르크와 한 때 그녀의 전우였던 질 드 레를 가지고 쓴 책이 있어서 집어 들었다. 역사의 희미한 모티브를 가져다 미셸 투르니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다 썼다. 질과 잔을 강렬하게 대비시키고 한 극점에서 다른 극점으로 가는 것, 불의 힘, 연금술적인 방법의 세계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유령이 움직이는 것을 보려면 사물의 표면에 구멍을 뚫어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그런 유령 중의 한 명이 되어야 합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호르헤 루이스 보르헤..
9월에 읽은 책 침묵엔도 슈사쿠 마틴 스콜세지의 2016년 작 영화 사일런스의 원작 소설. 종교인이 아니어도 쑥쑥 읽힌다. 책그림책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시적인 그림과 묘한 이야기들. 자세한 감상은 따로 썼다 http://papercup9.tistory.com/31 밑줄 우리는 보다 행복한 지방에 살고 있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셈과 글쓰기 그리고 나폴레옹 황제의 영광과 몰락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배웠다. 빛 속에서 언제나 정신의 속도로 날아가는 우리를 누가 의미의 저주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인가? 자살 토끼 1, 2앤디 라일리 스타트렉, 스타워즈, 닥터후, 반지의 제왕 같은 유명한 작품들의 패러디가 눈에 띈다. 프레디 머큐리 인터뷰집프레디 머큐리그레그 브룩스, 사이먼 럽턴 편집 프레디 머큐리의 20년간의 인터뷰를 주제..
프레디 머큐리 인터뷰집 10월 말에 개봉한다는 영화 를 기다리면서 프레디 머큐리의 인터뷰 모음집을 읽었다. 한국어 책 제목은 , 원제는 . 20년 동안 프레디가 한 인터뷰를 주제별로 나눠 편집한 책인데 장점은 제3자가 퀸이나 프레디 머큐리에 대해 이런 저런 소설을 써 놓은 게 아니라 프레디 머큐리 본인이 한 말이라는 것이다. 단점은 인터뷰를 통째로 차곡차곡 실어놓은 게 아니라 주제에 따라 각기 다른 시기의 인터뷰들을 토막토막 잘라 묶어놔서 읽다보면 이런 토막글 형식 말고 인터뷰 전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 대충 어떤 시기였는지 짐작은 가지만 구체적으로 몇 년도에 한 인터뷰라는 날짜가 없어서 불편하다. 어쨌든 프레디 머큐리가 20년 동안 한 인터뷰를 쭉 읽는 건 재미있었다. 책을 읽으며 제일 먼저 든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