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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여기에 없었다 (2017) 보고 이런저런 잡생각 는 보고나서 바로 영화가 어쩌고 저쩌네 가벼운 마음으로 별 생각 없이 떠들어대기 어려운 영화였다. '야, 재밌게 잘 봤다~'하며 휴지에 코 풀듯이 일사천리로 키보드 두드려 감상 찍 싸버리고 잊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다. 쉽게 소비되는 것에 저항하는 영화. 인터넷에 있는 줄거리 소개는 다음과 같다. 끔찍한 유년기와 전쟁 트라우마로 늘 자살을 꿈꾸는 청부업자 ‘조’. 유력 인사들의 비밀스러운 뒷일을 해결해주며 고통으로 얼룩진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어느 날, 상원 의원의 딸 ‘니나’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고 소녀를 찾아내지만 납치사건에 연루된 거물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그렇게 다시 사라진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데… 죽어도 아쉬울 것 없는 살아있는 유령 같은 인생에 조용히 나를 깨우는 목소리 “Wake..
ACC 시네마테크 특별강연 - 하버드대 감각민족지연구소(SEL) 소개 The Sensory Ethnography Lab: An Introduction 181003 (수)강연자 : 헤이든 게스트 (하버드대 필름 아카이브 디렉터) 통역 : 유순미 감독 11월 둘째 주 즈음에 ACC 시네마테크에서 감각민족지 영화를 여덟 편 정도 상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개천절에 한 이 강연은 왜 민족지 연구 분야에서 영상을 활용한 이런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왜 현대 다큐에서 이런 작품이 필요한지 설명하고 ACC에서 11월에 상영하는 영화 중 다섯 편의 클립을 함께 보며 소개하는 자리였다. 고백하자면 강연에 가기 전까지 '민족지'가 뭔지 몰랐다. Ethnography라는 영단어도 생소했다. 민족지와 '감각'이 왜 묶여 있는지, 어떻게 묶여 있는지 이전에 접해본 게 없으니 막연한 상상 밖에 할 ..
9월에 읽은 책 침묵엔도 슈사쿠 마틴 스콜세지의 2016년 작 영화 사일런스의 원작 소설. 종교인이 아니어도 쑥쑥 읽힌다. 책그림책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시적인 그림과 묘한 이야기들. 자세한 감상은 따로 썼다 http://papercup9.tistory.com/31 밑줄 우리는 보다 행복한 지방에 살고 있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셈과 글쓰기 그리고 나폴레옹 황제의 영광과 몰락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배웠다. 빛 속에서 언제나 정신의 속도로 날아가는 우리를 누가 의미의 저주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인가? 자살 토끼 1, 2앤디 라일리 스타트렉, 스타워즈, 닥터후, 반지의 제왕 같은 유명한 작품들의 패러디가 눈에 띈다. 프레디 머큐리 인터뷰집프레디 머큐리그레그 브룩스, 사이먼 럽턴 편집 프레디 머큐리의 20년간의 인터뷰를 주제..
9월에 본 영화 인셉션 (2010)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엘렌 페이지, 와타나베 켄, 딜리프 라오, 조셉 고든 레빗, 톰 하디, 킬리언 머피, 마리옹 꼬띠아르, 마이클 케인 어쩌다 보니 레버넌트 보고 일주일 뒤에 봤다. 레버넌트에서 온갖 고생을 하던 디카프리오랑 톰 하디가 여기서는 엄청 뽀송뽀송하고 젊어 보였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커서 보니 킬리언 머피가 까리했다. 정장 차림에 깔끔하게 넘긴 머리, 새파란 눈까지. 약간 예민해 보이는 것도 너무 좋다. 보르헤스의 단편 중에서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영화 인셉션이 생각난다. 「너는 완전히 깨어난 게 아니라 조금 전의 꿈에서 깨어난 것이다. 이 꿈은 또 다른 꿈속에 들어 있다. 그렇게 무한히, 마치 모래의 숫자처럼 꿈 또한 영원히 계속될 ..
타샤 튜더 (2017) - 정원과 인테리어 구경하려고 본 영화 타샤 튜더에 대한 특별한 추억은 없다. 소공녀나 비밀의 화원 같은 책에서 가끔 삽화로 접한 적 있을 뿐. 나중에야 '아, 이게 그 사람 그림이었어?' 했던 게 내가 타샤 튜더에 가진 추억의 전부다. 그림을 그리고 정원을 가꾸며 옛날 생활 방식대로 살아가는 유명한 할머니라는 정도만 알았다. 굳이 먼 상영관까지 찾아가 영화 타샤 튜더를 본 건 한 편의 영화로서 기대가 된다기보다는 그저 아름다운 정원과 타인의 취향이 묻어나오는 인테리어를 큰 스크린에서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영화적으로는 큰 기대 없이 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본 뒤에 살짝 한숨이 나오려 했다. 아무리 봐도 제대로 된 한 편의 다큐 영화라고 하기는 어렵다. 104분짜리 영상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TV에서 해주는 KBS 특집 다큐에 뿌연..
파이널 포트레이트 (2017) - 자코메티 때문에 본 영화 알베르토 자코메티를 좋아한다. 그의 사생활 말고 작품을. 어느 할 일 없는 요정이 나타나 세계 예술품 중에 갖고 싶은 걸 딱 한 점 준다하면 나는 아마 자코메티의 조각을 고를 것 같다. 큰 거 말고 아주 작은 걸로. 장 주네가 자코메티의 작품을 들여놓으면 방안이 사원처럼 되어 버릴 것 같다고 했는데 이 말에 동의한다. 파이널 포트레이트가 나왔을 때 영화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뭔가 돌아가는 분위기가 잘해야 평작인 것 같았다. 평소라면 굳이 먼 상영관까지 찾아가 볼 영화는 아니라고 넘겼을 텐데 이건 자코메티였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서 보고 왔다. 파이널 포트레이트는 단순한 영화다. 자코메티의 모델이었던 제임스 로드가 쓴 책에 기반했다. 자코메티의 모델이 된 제임스가 몇 주 동안 예술..
180924 (월) - 추석에는 등산이지 뱀!
킬링 디어 (2017) - 소년은 말했다. 이게 가장 정의에 가깝다고. 그런데 이게 진짜 정의일까? 영화 를 다 보고 나면 이런 물음이 생긴다. 그래서 마틴은 뭘 원했던 걸까? 스티븐의 의료 실수로 죽은 아버지의 복수? 영화는 친절하게도 그가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순간을 만들어준다. 스티븐의 잘못에 왜 우리(나-나의 딸-나의 아들)가 희생되어야 하냐는 애나의 질문에 소년은 말한다. "이게 가장 정의에 가까워요." 마틴은 정의라고 말했다. 그리고 복수와 정의는 서로 섞일 수도 있지만 똑같은 건 아니다. 복수와 정의는 분명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스티븐의 딸 킴이 (왜 나를 거부하는 거야?) 우리 아버지에게 화가 나서 그래?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도 마틴은 말한다. 화가 난 게 아니야. 그가 안쓰러운 쪽이지. 그리고 그는 오히려 그런 질문을 한 킴에게 불쾌감을 표한다. 이해한 줄 알았는데… 짜증나게. 마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