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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읽은 책 사토장이의 딸 조이스 캐롤 오츠 박현주 옮김아고라 엄마가 먼저 읽고 대단한 책이라 추천해줘서 집어 들었다. 사실 엄마랑은 영화나 책 취향이 잘 맞지 않는데 조이스 캐롤 오츠는 전에 엽편 하나를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어 바로 읽었다. 은 어딘가 로맨스 소설 같았다. 다 읽고 나니 조이스 캐롤 오츠의 소설을 엽편 말고 장편 도 읽었다는 게 생각났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유대계 독일인 가정의 딸 레베카가 폭력적인 아버지, 난폭한 남편 등의 야만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과 빈민가의 여자 아이들이 똘똘 뭉쳐 여성 갱단을 조직하고 자기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둘 다 장르적 재미가 강렬했다. 시대적인 배경과 다루는 내용은 만만치 않은데 서사의 재미가 뛰어나 읽을 때 훌훌 읽힌다. 그러나 엄마처럼 굉..
8월에 본 영화 렛 미 인 (let the right one in) (2008) 감독 : 토마스 알프레드손출연 : 리나 레안데르손(엘리), 카레 헤더브란트(오스칼) 촬영 : 호이트 반 호이테마 tv에서 해줘서 다시 봤다. 좀 볼만 하면 뚝뚝 끊어지면서 광고가 나오고 집중해서 영화를 보기에는 썩 좋지 않은 환경 때문인지 처음 봤을 때의 느낌과는 달랐다. 그래도 토마스 알프레드손 감독과 호이트 반 호이테마 촬영 감독의 조합, 리나와 카레라는 어린 배우들의 독특한 비주얼과 분위기는 여전히 좋았다. 책이 원작인 영화를 보면 보통 책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렛미인은 달랐다.영화를 본 후에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원작 소설 렛미인을 봤는데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조금 실망스러웠다. 알프레드손 감독과 반 호이테마 촬영 감독의..
웬디 수녀의 유럽 미술 산책 은 영국의 수녀이자 미술 사학자인 웬디 베켓이 유럽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그곳의 미술품에 대해 얘기하는 BBC TV 프로그램
베데스다 게임 3D 멀미 이상하게 베데스다 3D 게임은 처음 할 때 머리가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 내가 해본 다른 3D 게임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마이 타임 앳 포샤, 배트맨 아캄 시리즈, 위쳐3, 몬스터 헌터는 괜찮았는데 스카이림이랑 폴아웃은 진짜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머리가 어지럽다. 스카이림 처음 한 날은 너무 머리가 아파서 게임 끄자마자 바로 침대에 누워 죽은 듯이 다음날 아침까지 쭉 잤고 둘째 날에도 하면서 어지러웠다. 그래도 재밌어서 참고 하니까 익숙해졌는데 며칠 안 하다 게임하면 꼭 귀신 같이 첫날처럼 다시 머리가 아팠다. 어제 동생1, 2가 해보라 해서 폴아웃을 처음 해봤는데 스카이림 처음 했을 때처럼 하다가 토할 것 같아서 끄고 침대에 누워 아침까지 잤다. 스카이림이랑 폴아웃 둘 다 베데스다라는 같은 ..
소공녀 (2017) - 지금 이 세상에서 한 줌의 취향을 지킨다는 것 스포 있음 주인공 미소는 가사 도우미다. 일당은 많지 않고 집에 쌀이 떨어져서 친구에게 혹시 남는 쌀이 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한 잔의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새해가 되면서 방값이 오르고 담뱃값도 오른다. 방값은 5만원 더, 담배는 2천원 더. 돈이 부족해진 미소는 이제 지금의 삶에서 무언가를 빼야만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하다. 미소는 결코 놀지 않는다. 그녀는 남을 등쳐먹지 않고 착취하지도 않는 건강한 노동을 한다. 지금 이 시대 한국에서는 왜 노동하는 사람이 아주 아주 작고 소박한 삶, 영화의 영제이기도 한 '미미한 서식지(Microhabitat)'를 영위해 나가는 것도 불가능할까? 그러나 영화 속에서도,..
내 게임 취향 사실 게임으로 시간 보내는 거 자체를 이해 못했다. 그 흔한 핸드폰 게임도 안 하고 살았는데 서사론이나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같은 강의에서 게임이 나름대로 비중을 가지고 진지하게 다뤄지는 걸 보며 게임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강의에 언급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스탠리 패러블, 에디스 핀치의 유산 같은 게임을 유튜브 실황으로 찾아보고 호기심이 생겨 동생1의 스팀 계정에 있는 스팀 게임도 조금 건드려 봤다. 남이 하는 걸 보는 게 아니라 직접 해보니까 서사고 뭐고 그냥 무조건 재미에 눈이 돌아가더라. 세상에 이런 재미가 있다니 놀랄 정도였다. 취향에만 맞으면 게임은 정말 너무, 너무 재밌다. 말 그대로 새로운 세계였다. 대충 몇 개 해보니까 내 게임 취향도 알게 되었다. 첫째, 반드시 여캐로 플레..
밤의 해변에서 혼자 (2017 )- 보이시나요, 저의 마음이 홍상수의 신작 제목이 '밤의 해변에서 혼자'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 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라니, 너무 좋잖아. 월트 휘트먼의 시 'On the beach at night alone'에서 따온 제목이 주는 마법적인 감각과 정서에 반쯤 홀려 있다가 이어서 포스터가 공개되었을 때는 그냥 두 손을 들었다. 감독이 연필로 직접 쓴 흰 손글씨와 긴 검은 머리가 흐트러진 김민희의 묘한 얼굴, 그 뒤에 비치는 푸르스름한 바다까지. 영화를 보기도 전에 이건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다음에는 슬그머니 이 영화를 피하고 싶어졌다. 영화 자체의 문제보다는 그 당시 온갖 말이 나오던 감독과 주연 배우의 시끄러운 스캔들에서 멀어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알고 싶지 ..
불의 강, 오정희 - 불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숨이 막힌다. 오정희의 첫 번째 소설집 불의 강을 읽으면서 이상하게 서서히 목이 조여드는 기분이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면서 왠지 모르게 침 한 번 크게 삼키는 것도 주저하게 만든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서사가 엄청나게 스펙터클하다거나 뭔가 스릴 넘치는 장르적인 리듬이 있는 건 아니다. 불의 강에 실린 열두 편의 단편은 언뜻 보면 평화롭고 나른할 정도로 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일상의 장면들을 예민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샅샅이 속살을 파헤쳐 생살에 바늘을 꽂는 것 같은 문장으로 백지에 새긴다. 읽다 보면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야릇한 기운에 둘러싸이는 것 같다. 열두 편의 단편을 읽으며 문득 깨달은 것은 단편에 나오는 인물들이 대부분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었다는 것이었다. 불의 강의 부부..
애니 홀 (1977) - "우리에겐 계란이 필요하니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다소 왜소한 남자가 카메라를 보고 말한다. "오래된 농담이 있어요. 두 할머니가 휴양지에 있죠. 한 사람이 말했어요. "여기 음식은 정말 끔찍해". 그러자 다른 사람이 말했죠. "맞아, 그리고 양도 너무 적어". 이게 바로 내가 삶에 대해 느끼는 본질입니다. 외로움, 비참함, 고통, 불행으로 가득 차 있죠. 그리고 모든 게 너무 빨리 끝나요." 삶에 대한 부조리한 농담으로 시작한 영화는 40대 코미디언인 유대계 남자 앨비 싱어가 애니 홀과 헤어진 후 그녀와의 관계와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는 내용이다. 신경증적인 유머와 프로이트적인 실언과 꿈(wife와 life, 앨비 '싱어'와 '가수' 앨비스 프레슬리), 두 사람이 함께했던 삶의 눈부신 순간, 다채로운 연출, 남녀..
M (1931) - 군중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태도 오락적 재미를 기대한 작품이 아니었는데 예상 밖으로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구조적으로 단단하게 잘 쌓아올린 영화라는 인상도 들었는데 실제로 프리츠 랑 감독은 건축을 공부했었다고 한다. 에서는 아이들만 골라 죽이는 연쇄살인범이 나온다. 시민들은 공포와 마녀사냥의 집단 광기에 휩쓸리고 경찰은 살인마를 잡기 위해 도시 전체를 이 잡듯이 수색한다. 경찰들의 이런 물 샐 틈 없는 수사에 범죄조직들은 큰 타격을 입는다.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조직의 내로라하는 보스들이 모이고 자신들의 손으로 범인을 잡기로 결심한다. 어느 정도의 악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던 기존의 구조가 선을 넘는 존재로 인해 깨지고 다시 원래의 구조로 돌아가기 위해 악당들이 힘을 합치는 건 (2008)에서 기존의 공권력을 뛰어넘어 움직이는 초월적 ..
셰이프 오브 워터 (2017) - 신은 당신 같은 모습이 아니야 스포 있음 이사 준비로 바빠서 날 새고 조조로 본 영화였다. 피곤한 몸으로 극장 시트에 앉았는데 불이 꺼지고 스크린에 오프닝이 나오는 순간 '이 영화,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말이 너무 게으르고, 너무 쉽게 정리해버리는 말이고 여기저기 갖다 붙이는 낡고 뻔한 말이 되어버렸지만 에는 이 말이 참 잘 어울린다. '어른'이라는 것에 방점을 둔 표현으로서도, '동화'라는 말에 방점을 둔 표현으로서도. 영화는 마법 같은 음악이 흘러나오며 물에 잠긴 방을 보여주고 시작한다. 방에는 가구들이 둥둥 떠다니고 잠든 여인도 물속에 떠있다. 마치 마법에 걸려 잠든 공주님처럼. 그리고 나이 든 남자의 목소리로 나레이션이 흘러나온다. 동화책을 읽는 것처럼, 이미 지나간 시절을 회상하는 자의..
굿타임 (2017) 보고 이런저런 잡생각 1. 올해 본 영화중에 제일 웃기네 1월에 에릭 로메르의 가을 이야기(1998)를 보면서 그 미묘한 엇갈림과 투명한 사랑 소동에 킥킥거렸는데 사프디 형제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인 굿타임을 보면서는 계속 폭소했다. 좀 비뚤어지고 다소 신경질적인 유머 감각을 자극한다. 결코 건강한 웃음은 아니고 보통 때라면 웃어도 되나? 싶을 장면인데 빠른 속도감과 핸드 헬드 카메라의 박진감에 실려서인지 이상하게 마구 흔든 탄산음료의 거품처럼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코니와 레이가 놀이공원의 야간 경비원을 때려눕히고 레이가 "깨어나도 기억 못할 걸"하며 경비 입에 페트병의 LSD를 콸콸 부어주는 장면, 나중에 깨어난 경비원이 경찰에게 놀이공원에 침입한 부랑자로 오인 받지만 약에 취해서 제대로 된 언어가 아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