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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영화

누벨바그 감독들이 남긴 파리에 대한 여섯 가지 시선 - 내가 본 파리 (1965) 영화를 통해 프랑스, 파리를 보는 건 재미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겹겹의 환영을 덧입은 파리라는 환상, 파리라는 광채 나는 유령에 매혹되지 않기는 어렵다. 그리고 카메라의 마법 속에서 어쩌면 실제의 파리보다 영화 속의 파리가 더 풍부하고 더 환상적이고 더 아름다울 것이다. 그게 꼭 우디 앨런의 처럼 낭만의 극치로서의 파리가 아니라 구질구질하고 사람들이 다투고 배신하고 숨 막히게 우글거리는 모습일지라도. 는 누벨바그의 유명 감독 여섯 명이 각각 파리의 거리를 배경으로 만든 여섯 편의 옴니버스 영화다. 요즘 들어 두 시간이 넘어가는 영화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데 호흡이 길지 않은 단편이며 다 합쳐서 1시간 35분 정도라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60년대 영화인데 다들 옷차림이 지금 봐도 세련되어서 옷..
오버하우젠 국제단편영화제 - 2017년 수상작 2016년 수상작을 보다가 라브 디아즈 감독을 알게 되었는데 2017년 수상작에는 딱 취향인 작품이 없었다. 2018년 수상작과 국제경쟁섹션 작품들도 궁금했는데 못 봐서 너무 아쉽다. 세컨드 찬스 맨 / 크리스토프 지라데, 독일/프랑스 / 4분 30초 Second Chance Man (Tindersticks), Christoph Girardet 틴더스틱스의 최신 앨범을 여러 감독들이 해석한 의 일부라고 한다. 음악과 영상 조각들이 감각적으로 어우러진다. 볼 때는 음악과 영상에 젖어 재밌게 봤는데 저렇게 음악과 영상을 감각적으로 조합하는 건 몇 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았나. 유튜브에도 많은데 그런 작업들과 차별화되는 이 작품만의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다. 천국의 반대편 / 이반 호세 무르직 카프리오..
오버하우젠 국제단편영화제 - 2016년 수상작 오버하우젠 월드 투어로 ACC에서 해주는 2016~2018 수상작, 2017, 2018 국제경쟁 섹션 다 챙겨 보고 싶었는데 2016, 2017 수상작 밖에 못 봤다. 본 지 일주일 지나서 기억이 흐릿한데 남은 기억이라도 적어둬야지. 전화 교환기 / 사라 드라스, 독일 / 7분 30초 Telefon Santrali / Sarah Drath, Germany 젊은 여자가 전화 교환대 앞에 앉아 있다. 그녀는 다른 곳과의 연결을 원하는 사람, 병원을 찾는 사람, 터키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말하는 사람의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의 전화도 받는데 잔소리에 교환 콜이 온다는 핑계를 대며 끊는다. 그녀는 식물이 가득 한 창가로 가서 차를 끓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차 맛을 음미하기도 전에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
팀 워커 단편 영화 <The Muse> (2014) 팀 워커의 사진이 취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이 단편 영화는 취향이었다. 시작하자마자 색감과 풍경에 꽂혔다. 뮤즈-인어를 연기한 크리스틴 맥메너미의 길고 밝은 머리카락이 물속에서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때로는 얼굴을 가리기도 하며 해초처럼 떠다니는 것도 좋았고 예술가-인간 남자를 맡은 벤 위쇼의 묘한 눈동자 색깔과 분위기도 좋았다. 한때 번영의 상징이었을 테지만 지금은 낡아버린 대저택과 바람이 부는 푸른 들판, 달팽이가 기어 다니는 독특한 물빛의 유리 수조도 좋다. 재미있었던 부분은 벤 위쇼가 스크린에 비친 인어를 보는 장면이었다. 일단 이미 그의 곁을 떠나서 존재하지 않는 뮤즈를 회상하는 흔적의 매체로 사진보다는 영상을 주요하게 채택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사진도 나오긴 하지만 뮤즈의 환영, 뮤..
더 페이버릿 (2018)이랑 로마 (2018) 보고 주절주절 (스포 있음) 웬만하면 하루에 한 편씩 보고 싶었는데 스케줄이 안 맞아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와 로마를 한 날에 이어서 몰아봤다. 먼저 더 페이버릿부터 말하자면 일단 재미있다. 그냥 웃겼어. 미술이랑 의상도 아름답다. 하지만 요르고스 란티모스 특유의 느낌은 많이 희석되었다. 목을 조이는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더 페이버릿이 늘 직접 시나리오를 써왔던 란티모스가 다른 이의 각본으로 처음 연출한 영화라고 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촌스러운 표현인데 연기가 참 맛깔났다 라고 밖에 못하겠다. 올리비아 콜먼이 이 영화 앤 여왕 역으로 91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고 애비게일 역의 엠마 스톤, 사라 역의 레이첼 바이스는 각각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지만 올리비아..
콜드 워 (2018) - 미감이 독특한 영화 스포 있음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영상이 참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4:3 비율의 흑백 영화인데 모든 프레임이 그림이다.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촬영 자체도 아름답고 구도도 예술이고 카메라 움직임도 훌륭하다. 촬영 감독이 루카즈 잘이던데 이름 기억해 둬야겠다. 음악이 중요한 영화인데 음악도 굉장히 아름답다. 1949년부터 1964년까지 긴 사랑의 세월을 다루는데 시대 흐름이나 공산권이냐 서방세계냐 어떤 세력권의 공간이냐에 따라서 클래식, 전통 민요, 프로파간다 찬가, 샹송, 재즈, 영화음악, 기타 등등이 나온다. 구구절절 구차하게 설명하지 않고 음악만으로도 당시 시대상과 인물이 지향하는 이상, 성격, 시대배경과 공간을 선명하게 그려준다. 인물들 사이에 중요한 음악이..
12월에 본 영화 해바라기 (1970) 감독 : 비토리오 데 시카출연 : 소피아 로렌,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류드밀라 사벨레바 소피아 로렌이 전쟁에 나가 생사도 모르는 남편을 젊은 시절 내내 기다리다가 혼자 이탈리아에서 러시아까지 건너가 직접 남편을 찾는다. 모두들 남편을 찾을 수 없을 거라 하지만 여자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낯선 외국 땅에서 간신히 찾은 남편은 러시아 여자와 결혼해서 딸을 낳고 살고 있었다. 남편의 새로운 아내와 그 딸을 먼저 본 뒤 남편과 다시 얼굴을 마주한 순간 소피아 로렌은 말 한 마디 제대로 나누지 않고 움직이는 기차에 올라타 그대로 남편을 떠나 버린다. 그리고 기차 안의 낯선 러시아 사람들 속에서 주저앉으며 오열한다. 이 장면이 되게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찾던 남자를 만났는데 ..
11월에 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2018) 감독 : 브라이언 싱어출연 : 라미 말렉, 귈림 리, 벤 하디, 조셉 마젤로, 루시 보인턴, 앨런 리치 영화적으로는 별로다. 애초에 좋은 영화일 거라는 기대도 안 했지만 그래도 이건 심함. 내 돈 내고 봤으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 퀸 음악 듣고 라이브 에이드에 뽕 차려면 그냥 공연 실황을 보고 말지. 같이 본 사람은 다른 배우들은 진짜 닮은 사람들로 쏙쏙 잘 뽑아 왔는데 라미 말렉은 프레디랑 너무 안 닮았다고 아쉬워함. 라미 말렉의 눈은 너무 아름답고 땡글땡글 크다고. 원래 보랩에서 프레디 역은 사샤 바론 코헨이었다는데 외모만 보면 확실히 이쪽이 더 프레디랑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SEL 특별전 에서 본 영화 8편 사촌 줄스 (1972)감독 : 도미니크 베니체티 축복의 숲..